세상이 멈춘 시간, 11시 2분 - 십대가 알아야 할 탈핵 이야기 꿈결 생각 더하기 소설 1
박은진 지음, 신슬기 그림 / 꿈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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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일본 본토에 원자폭탄 두 대가 떨어졌다. 세상에 없던 무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한 대의 폭탄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건물들을 폐허로 만들어 버린 무시무시한 무기.

 

그런데, 이 무기의 위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이 무기는 터지는 순간의 위력에서 그치지 않고, 방사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살상무기가 수십 년을, 그것도 대를 이어서 사람들이 고통받게 만들고 있다.

 

원자폭탄의 피해는 당사자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사코는 나가사키에 살았다.

 

그리고 폭탄이 떨어질 당시 학교에 있었고, 피폭을 당했다. 겉으로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으나...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정상적인 아이를 낳지 못하고, 나가사키 출신임을 감추었다는 이유로 이혼까지 당한다.

 

아이를 잃은 것, 그리고 그 곳에 살았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받게 되는 마사코. 그러나 마사코의 경우는 재일 조선인들에 비하면 낫다고 할 수 있다.

 

마사코와 함께 지냈던 우시다라는 일본 이름으로 불린 박석진 할아버지는, 강제징용으로 고생을 하다 원폭의 피해를 입게 된다.

 

그는 우리나라로 돌아오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 자신의 자식에게도 그 비극을 전해주어야만 했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인이 아니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힘들게,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1945년 8월 9일 11시 2분에 터진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이들에게 세상은 그 시간에서 멈춰버렸다. 더이상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아주 심각한 내용인데, 이를 중학교 3학년 서술자를 동원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꿈 속에서 만나는 귀신이 나가사키에 살았던 여학생이며, 그를 만나게 되는 계기가 가족과 함께 한 나가사키 여행이었고, 이를 통해서 한국에 돌아와 살고 있는 박석진 할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다시 나가사키 여행을 통해 원폭의 피해를 절감하게 되는 그런 내용.

 

아마도 중학생 정도의 학생들이 쉽게 핵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목적성이 강한 소설이라서... 소설이라고 하지만 중간 중간에 무슨 보고서처럼 원자력폭탄에 대해서, 또 원자력발전에 관해서 설명이 되어 있으니... 확실히 교육용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감흥은 좀 떨어지는데, 그럼에도 원폭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간중간의 개입을 통해 원폭만이 아닌 원자력 발전이 평화와 공존할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원폭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상남도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릴 정도로 원폭피해자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책에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원폭 2세들 역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아주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되는 원자력폭탄의 피폭...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겪은 비극이었음을 상기시켜 있으니... 청소년들이 읽어서 원폭의 피해에 대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원폭의 피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덧붙여 읽으면 좋을 소설이 원폭 피해 2세대를 주인공으로 다룬 김원일의 "히로시마의 불꽃"도 읽으면 좋다.

 

여기에 좀 길지만 한수산의 "까마귀"란 소설도 (5권이나 되는) 읽으면 좋겠다. 이런 소설 속에서는 원폭으로 인한 고통이 생생하게 다가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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