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퍼센트 인간 -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인간은 하나의 우주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 우주에도 암흑물질이라고 하여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물질들이 무수히 많다고 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인간에 대해 밝혀진 점은 별로 없다.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몸과 정신으로만 나누는 전횡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도 않고, 정신에 대해서는 더더구나 알지 못하고 있다.

 

기껏 인간 몸에 대해서 알려는 노력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라고 하여 인간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일로 나아갔는데, 거의 밝혀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지식은 늘었지만, 그것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인간의 몸은 우주처럼 광활하고 복잡해서 유전자로만 이야기될 존재가 아니다.

 

유전자의 암호가 풀렸다고, 당신은 병에 걸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해도, 모두가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유전자는 가능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이 실현되는 데는 많은 요소들이, 거기다 우연까지 결합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몸이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의 정신까지 나아간다면 더욱 복잡할 뿐이다.

 

이 책은 이런 인간 중에서 미생물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사실 우리는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을 박멸하려는 생각만 하기 쉽다.

 

청결에 관한 온갖 광고들이 대표적인데, 그들은 이 미생물들이 우리 건강의 적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온갖 세정제, 세척제 등을 포함해서 병원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등 미생물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렇게 미생물은 좋지 않다는, 우리 몸에 좋은 미생물은 극히 적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 책은 이런 통념을 일거에 깨버리고 있다. 미생물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보다 사람들을 설득하는데는 자신의 경험이 더 중요하리라.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런 경험을 통해서 미생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항생제 치료로 인해 병은 치료했지만, 몸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졌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항생제 처방으로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미생물들의 균형이 깨졌음을 알게 된 것이다.

 

미생물의 균형이 깨진 것이 정말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가? 우리 몸에서 미생물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것이 바로 과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지닌 의문이고, 이를 여러 자료들을 통해 찾아가게 된다.

 

그 미생물 연구의 결과가 바로 이 책인데... 우리가 아는 우리는 단지 10%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 우리 몸의 90%는 다른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런 존재들 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미생물이라는 점.

 

그런 미생물들. 특히 대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대장의 미생물에 대해서는 그동안 무심했던 것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의 초반부에 놀랐던 점은 맹장에 대한 것. 내가 알고 있는 맹장에 대한 지식이 너무도 엉터리였다는 것. 맹장은 진화의 퇴화물인데,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생각하고 없애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맹장이 바로 미생물들의 집합소이자 안식처라고 하면서 인간의 몸에서, 특히 미생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맹장이라고, 특히 우리가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충수돌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1-32쪽)

 

아직까지 우리 몸에 남아 있는 장기는 진화의 역사에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었고.

 

맹장에 관한 것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은 아이가 태어날 때 제왕절개가 아닌 질분만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부분이다. (7장, 엄마가 주는 선물)

 

아마도 이 부분은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부분인데, 이렇게 미생물학자들이 주장한 것이 사실이라면, 제왕절개는 정말 생각해 보아야 할 출생 과정이라는 것. 아이는 엄마의 질을 통해 나오면서 엄마에게서 필요한 미생물들을 받게 된다는 것. 그것은 아이의 건강에 필수라는 것이니...

 

(모유 수유의 중요성은 굳이 이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굳이 더 언급할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 피를 수혈하는 것만큼 미생물을 수혈하는 방법이 서양의학계에서는 행해지고 있다는 것. 참 뭐라고 이름 붙이기도 그런데... 그걸 '수변법(輸便法)'이라고 할 수도 없고, 참...

 

그런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 그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날에 너무도 몸이 안 좋으면 똥물을 먹었다는 것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대변에는 미생물들이 많이 있기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받는 방법도 건강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이 책은 그 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기도 한데... 그런 과정을 좀더 과학적이고 기계적으로, 환경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점. (8장, 제자리로 되돌리기)

 

(굉장히 많은 질병들이 미생물들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자폐와 같은 질병도 미생물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참조할 만하다. 3장, 뇌에 손을 뻗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 가리로 귀결된다. 바로 우리들이 해야 할 노력. 어렵지도 않다. 생활습관을 바꾸면 된다. (사실은 쉬운 것이 가장 어렵기도 하다)

 

먹는 식단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미생물들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다는 것. 먹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라는 말이 과학으로 정립되는 순간이다.

 

완전 채식도 좋지만 인간의 몸은 잡식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채식이 주가 되는 육식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자신도 이렇게 식단을 바꾸었고, 이제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라는 우주를 생활기반으로 살아가는 미생물들. 그들과 인간은 공존하는 존재라는 것. 우리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나머지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이 책. 참으로 읽을 만하다. 잊고 있었던 것,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 다시 깨우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덧글

 

출판사가 보내준 책.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감탄하면서 읽었다. 내 몸에 대해서 내 스스로 생각하게 해준 책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게도 해준 책이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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