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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의 도시를 걷다
허병식.김성연 지음, 홍상현 사진 / 터치아트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국에 나가본 것이 얼마 되지 않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책에서 보면 외국은 도시에 문학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명한 작가들의 생가는 물론이고, 그가 묵었던 곳까지도 잘 보존하고 안내하고 있기도 한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하면 작가들에 대한 보존 작업에 소홀한 편이었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들어서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온 다음에야 문화에 관심을 돌린다는 말이 타당하기도 하지만, 작가를 배를 곯는 사람, 특이한 사람 정도로만 치부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서 간신히 흔적만 남은 작가들의 삶터가 수두룩한데... 지금에서라도 작가들의 흔적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은 서울의 도심을 걸으면서 문학의 자취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따라서 과거의 어떤 특정 작가들만을 다루지 않고 근현대 모든 작가들을 아우르고 있다. 간혹 박지원과 같은 조선시대 작가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은 예외이고...
주로 4대문 안을 중심으로 하고, 4대문 안이 아닌 경우에는 성곽 주변까지를 다루고 있다. 여러 코스를 안내하고 있는데, 한 코스가 그리 길지 않아 천천히 문학을 음미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가 된다.
그 거리에 얽힌 문학을 찾고 생각하면서 걸으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의미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서울에 이렇게 많은 문학들이 관계맺고 있음을 시나 소설, 수필을 찾아 우리에게 알려준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근현대 문학의 자취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상이나 박태원의 소설에 나오는 흔적들을 찾는 일은 많아졌지만, 현대소설에 나타난 서울까지 다루는 이 책은 더욱 깊은 문학의 맛을 서울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시작을 신세계백화점에서 한다. 지금은 신세계백화점이지만, 일제시대에는 미쓰코시 백화점이었다는, 아직도 그 흔적을 살려 신축, 증축을 했다는 그 백화점에서 이상과 박수근의 흔적, 그리고 박완서의 소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끝은 연세대에서 끝난다. 윤동주를 만나는 시간. 영원한 청년,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시인으로 그의 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곳. 그러나 연세대에서는 윤동주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많은 현대 시인들을 만날 수 있다. 기형도, 정현종, 나희덕 등등.
이렇게 서울 곳곳에서 문학을 만날 수 있다. 깊고 넓게... 그것도 그냥 차를 타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이 책은 천천히 걸으면서 서울에서 문학의 맛을 음미하려는 사람들, 서울에서 문학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은 2009년에 나왔으므로, 지금은 조금 또는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하고 걸어야 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