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알랭 드 보통은 우리나라에 꽤 알려진 작가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것도 있고. 그가 설립한(?) 인생학교에서는 인생에 관한 여러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 인생학교에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소설을 가지고 그 일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일명 소설치료사 정도라고 하면 좋을 그런 사람들은 상황에 맞는 소설을 추천해주고, 그 소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시치료, 소설치료, 수필치료, 이야기치료, 문학치료, 독서치료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한 이런 작업은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문학은 그 자체로 완성품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의 손에 들어오면 독자의 마음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독자의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마음과 몸이 떨어져 있다는 이원론이 요즘은 극복되는 추세이니, 마음을 통해서 몸을 바꿀 수도 있고, 또 몸을 통해서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소설을 읽는 습관을 통해 몸을 바꾸고, 그 바뀐 몸으로 마음이 바뀌는 치료를 행할 수도 있고,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바뀌어 몸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 결국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지닌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이 모든 상황에 딱 맞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몸을 비비꼬거나, 또는 얼마 읽지 않아 책장을 덮거나 또는 주인공에 완전히 동화돼 그 행동을 따라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니 (일명 베르테르 효과를 생각해 보라. 이건 치유가아니라 오히려 질병을 유발한다.) 제대로 읽지 않으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해주고 있다. 책 속에만 빠졌을 때 할 수 있는 방법, 책을 지나치게 많이 수집했을 때 할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책에 관한 여러 행동들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해주고 있으니, 여러모로 이 책은 쓸모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쓸모는 각종 질환, 또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작품을 읽으면 좋을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책에 대한 내용 설명도 조금씩 곁들이고 있어서 자신에게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 읽어보기 전에 판단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 나온 책이라 알파벳 A부터 Z까지에 해당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방대함에 놀랄 뿐이다.

 

방대함뿐만이 아니라 설명을 잘해서 그런지 이 책에 나온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언가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니... 꼭 증상이 심각해서, 또는 증상을 치료할 목적으로가 아니더라도 이 책에 나온 여러 소설을 골라 읽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 이 책의 169쪽에 나온 '독재자처럼 굴 때'를 보면... 하.. 기가 막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독재자는 저녁이면 세상을 지배하는 지침서를 들고 앉아있지, 결코 그것 대신 훌륭한 소설을 집어 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개탄할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소설을 제대로 처방받아 치료하면 누구든 인권 문제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169쪽)

... 크든 작든 폭군들이여. 이 책들을 읽어라.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그 결과 가까운 이들에게 편집증과 불신을 주입해 그들의 심장을 공포로 물들이기로 작정한 것을 참회하라. 당신이 전쟁으로 유린된 나라를 다스리든^(그렇다. 우리는 여전히 진짜 독재자들이 이 글을 읽기를 바란다), 국제적인 대기업을 경영하든, 평범한 5인 가족의 가장이든 사람의 도리를 알고 서둘러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리고 그 자리에 민주주의를 세우라. (170-171쪽)

 

상활파악의 명확성, 그럼에도 그런 사람에게 맞는 책을 추천하는 자세. 이것을 읽고 독재자가 정말 이 책들을 읽을까? (이 책에서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와 패트릭 맥기니스의 "마지막 100일"을 추천하고 있다)

 

이들은 독재자가 정말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아마 독재자는 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 책을 소개할까? 잠재적인 독재자, 자신이 독재자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독재자, 또는 독재자에게 눌려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사람들, 독재자를 물리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필요할 때'이고, 소설의 유용성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사례에 맞는 책들이 잘 소개되어 있어, 가까운 곳에 두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니 곁에 두고 있기를 바란다.

 

다만, 이 책에 소개된 책이 우리나라 말로 모두 나와 있지는 않다는 점, 이와 비슷한 내용의 우리나라 소설을 읽었다면 그 소설도 대체해도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좋겠다.

 

덧글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 한 가지. 그 많은 소설이 고전소설부터 현대소설까지 나오는데... 일본 작가의 작품도 중국 작가의 작품도 나오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우리나라 문학은 아직도 세계문학의 변방에 있나 보다. 우리나라 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됐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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