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건축, 건축이 된 그림 1 - 신화와 낭만의 시대
김홍기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건축이나 미술 어느 분야로 분류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읽고 나서도 역시 잘 모르겠다. 건축과 미술 양쪽에 걸쳐 있는데, 어느 쪽으로 추가 기울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저자 역시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건축과 미술의 관계를 탐닉하면서 그것을 둘러싼 역사적 상황과 시대정신, 문화예술적 상황을 모두 아우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성격은 통섭에 가깝다. ... 건축과 미술의 관계를 논한 책에서 필자는 비록 초보적인 수준일지라도 인접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는 통섭의 차원에 접근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술을 건축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건축을 회화적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미술과 건축이 어떻게 교류했는지, 어떻게 시대정신과 문화를 공유했는지 인문학적 관점에서 그 줄기를 잡아 보고자 했다.' (11-12쪽)

 

그럼에도 굳이 분류를 하자면 책 뒷표지에 있는 숫자의 마지막 세 자리를 보면 되는데...아뿔사, 숫자가 600이다.

 

이런 600이라고 하면 '예술' 분야라는 것만 알려주지, 예술의 하위 분야인 '건축, 미술, 영화, 음악'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참고로 610이 건축이고 620은 조각이란다. 650이 회화, 도화라고 하니,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도 이 책을 어느 분야로 분류해야 하는지 좀 망설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포괄적인 600이라고 한 걸 보니 말이다. 그런데, 600이라고 한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분류하겠는가. 읽어보면 건축과 미술이, 여기에 음악, 문학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데... 그러니 이 책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통섭'이 이루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건축가이니 굳이 분류를 하자면 건축 쪽에 분류를 하고 싶어지기는 한다.

 

이 책에는 총 11 개의 그림과 건축이 나오는데, 최소한 11개의 그림과 건축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들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알게 된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나오게 된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도 설명이 되어 있고, 작가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어 있기에 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사실들을 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첫장이 생각도 못했던 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림이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지만, 건축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봐서, 그리고 이렇게 정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신선했다고나 할까. 영국식 정원 스투어헤드를 설명하는데, 클로드 로랭의 작품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그림이 어떻게 건축이 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와 반대로 건축이 어떻게 그림이 되었는가는 터너의 예에서 잘 설명이 되어 있고, 우리가 흔히 건축가라고만 알고 있는 르 코르뷔지에는 화가이기도 했다는 점, 그의 건축에 영감을 준 것이 바로 파르테논 신전이라는 사실 등등 이 책에는 건축과 그림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창의융합을 강조하고 있는 이 때, 그림을 그림으로만 보지 않고, 건축을 건축으로만 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한 시대다. 특히 이들은 도서십진분류표에도 600이라는 분야에 속해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연관성, 또는 서로 주고 받는 영향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더 필요한 일이 될지도. 이런 상상은 이 책에서 '파라네시'의 상상의 감옥에 나오는 그런 환상적인 공간들이, 또 에셔의 작품에 나오는 공간들이 현실에서도 추구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읽으면서 그림도 보고, 건축에 대한 지식도 얻고, 그 당시 사회, 문화, 역사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는 '통섭의 향연'이 펼쳐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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