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 새해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적어도 없는 사람들이 더 없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없는 사람들도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세상, 그것이 새로운 해였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난 일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데...

 

자영업자들, 특히 영세자영업자들, 장사가 잘될수록 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그들... 이유는 단순하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가 오르기 때문이고, 그 임대료를 대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해야 하는데, 가격을 올리는 순간 장사가 안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망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문화의 거리 비슷한 곳에 임대료를 적정가격 이상 올리지 못하는 협정을 맺는다는 소리도 들리던데...

 

마찬가지로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이미 살고 있던 사람들을 쫓아내는 관행을 없애고, 먼저 살던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재개발을 하겠다고도 하던데...

 

그런 것들이 실현되는 2016년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저녁을 훔친 자' 들이 큰소리 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저녁을 함께 하는 그런 삶을 사는 출발점이 되는 해였으면 좋겠다.

 

어쩌면 습관적으로 시집을 읽는지 모른다. 그냥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그 시가 왜 내 마음에 들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렇게 읽은 시 중에 안현미의 '이별의 재구성'이란 시집을 읽다가 발견한 시. '뉴타운 천국'

 

제목만 보면 반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국이라는 말을 많다는 말로도 우리가 흔히 쓰는 이상향이라는 말로도 쓰겠지만, 여기서는 뉴타운 지옥이다. 이런 지옥이 이제는 반복이 되지 않는 우리 사회였으면 좋겠다.

 

                            뉴타운 천국

 

  저녁을 훔친 자는 망루에서 펄럭거리는 깃발에 피를 퍼부었고, 권력과 자본의 화친은 미친 화마를 불러왔다

 

  북적이는 시장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지혜롭게 늙어가던 포도나무는 철거용역들이 함부로 휘갈긴 빨강 래커 스프레이 해골들만 득시글득시글거리는 철거촌에서 포클레인에 찍혀 죽었다

 

  한 번 태어났지만 돈이 없으면 두 번도 세 번도 죽어야 하는 세상

  저녁을 훔친 자들만의 장밋빛 청사진

  뉴타운 천국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내 집 주니 셋집 주네?

 

  풀 풀 풀 정처도 없이

  뿔 뿔 뿔 정체도 없이

 

  어떤 사람들은 어느날 느닷없이 왼손을 잘리고 남은 생을 오른손잡이로 살아가야 하는 왼손잡이처럼, 자신의 뿌리를 잘리고 남은 생을 자신의 뿌리 바깥에서만 살아가야 한다

 

안현미, 이별의 재구성, 창비. 2009년 초판 2쇄. 46-47쪽

 

용산참사가 연상되는 이 시는, 단지 용산참사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재개발로 인해 쫓겨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역사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났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삶터에서 쫓겨나 '남은 생을 자신의 뿌리 바깥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새해에는 '저녁을 훔친 자들만의 장밋빛 청사진'은 없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오게 해야 한다. 그런 새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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