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사 2 - 인간과 사회 조선시대사 2
김훈식 외 지음 / 푸른역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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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1권보다는 2권에서 일반 백성들의 삶이 더 잘 나타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1권이 주로 정치사에 가깝다면, 2권은 문화사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정치와 문화가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니, 바로 '예'가 조선의 정치권력들이 목숨걸고 싸우게 되었던 주제였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마지막 주제에 이르러, 이거 참 예전 시대의 일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구절이 마음 속으로 파고 들었는지, 그건 지금 이 시대가 그때나 지금이나 라는 소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기도 한다.

 

"민들은 혼자 힘으로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울 때는 그저 불만을 강하게 분출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저항의 몸짓을 하다가 자살을 택하기도 하고 나아가 무리를 지어 난을 일으키기도 했다." (314쪽)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있었던 일이다. 프랑스 대혁명도 미국 독립전쟁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숱한 민주화 투쟁도 다 이런 상태, 자신의 힘으로 혼자 극복하기 어려웠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함께 해야만 무언가를 이루어내는데, 그 무언가는 한 번에 오지 않고 너무도 많은 실패를 통해서 좌절을 통해서 온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조선시대사 책의 마지막 장이 바로 이런 민중들의 저항으로 끝나고 있는데, 이런 민중들의 저항이 집약된 것이 바로 '동학혁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동학혁명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조선후기 많은 민중들의 저항에서 끝난다. 그러나 우리는 동학혁명으로 우리 사회가 변했음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역사다. 역사를 알아야 하고,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다시 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들의 불만은 힘으로 막는 것이 아니다. 차벽과 물대포로 대표되는 물리력으로는 민들의 저항을 막을 수 없다. 그것은 민들의 생존본능에서 나온 저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저항을 막는 길은 생존을 보장해주고, 생존을 넘어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

 

신분제가 엄정했던 조선시대에도 노비들을 함부로 하지 못했고, 심지어 노비들이 주인의 땅을 몰래 팔기도 했는데, 그를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는 사실(177쪽)은 바로 구성원들의 생존보장이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요소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때도 그랬는데.... 노비들의 최소한의 생존,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여기에 우리는 가부장제도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인 줄 알고 있었는데(얼마 전까지 호주제를 그토록 옹호하던 사람들이 보면 우습지도 않은 일일텐데...) 조선중기까지만 해도 남녀불문하고 재산을 거의 동등하게 상속했으며, 심지어 제사를 딸이 담당하기도 했다는 사실.

 

시집온다, 시집간다가 아니라 장가간다는 말이 있다는 것은(가문에서 문중으로-집안의 내력과 형성 이야기-이해준) 요즘과는 다른 결혼 풍습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즉, 결혼해서 처가 쪽에서 재산을 분배받아 사는 경우가 많았단 얘기다. 양동마을에 갔을 때 왜 손씨와 이씨들의 마을이 되었을까 했었는데... 회재 이언적이 그의 외삼촌에게서 배웠다는데... 왜 그랬을까 했는데, 이것이 그 당시에는 보편적인 풍습이었음을, 그래서 처가 쪽에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 수도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족보에도 남녀 불문하고 태어난 순서대로 기록이 되었다고도 하고. 이런 점에서 조선시대는 중기까지만 해도 남녀의 차별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 호주제 철폐가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지녀왔던 풍습을 다시 되살리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많은 조선시대 풍습이 나오는데... 그래서 지금과 비교하며 읽으면 나름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주제별로 되어 있어서 그 주제에 관해서는 조금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책이다. 물론 통사를 먼저 읽은 다음에 읽어야 좀더 구체적인 지식이 꿰어질 수 있을 것이고.

 

역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를 만들어낸 우리의 일부다. 그리고 우리를 만들어낼 기초가 된다. 역사는 그래서 반드시 제대로 배워야만 한다. 어느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받지 않고.

 

엄혹하던 조선시대에도 온갖 학설이 서로 경쟁을 했는데... 이 학설들이 경쟁을 멈추고 어느 한 당파의 견해가 주를 이루었을 때, 그땐 조선시대는 이미 저물어갈 때였음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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