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는 깊다 2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1
전우용 지음 / 푸른역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시끌시끌한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국정화를 추진한다는 얘기는 사상이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단일화, 일원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사물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각도에서 보더라도 어떤 마음을 지니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역사에 대해서 어떤 정통한 사관이 있을 수는 없다. 역사는 여러 사관들이 부딪히고 부딪혀 정리되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역사다.

 

그런 역사를 단 하나의 관점으로만 기술하려 하면 그것은 역사가 아니다. 그냥 어떤 관점에 대한 강요일 뿐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바로 지금이 역사를 공부해야 할 때다. 이상하게도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고 있는 듯한 느낌,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만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 때, 역사는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역사를 알아야 거꾸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거꾸로 가는 일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고,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사람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 당대만이 아니라 역사의 시대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기록되고 어떻게 판단될 지 생각한다면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다.

 

하여 지금은 역사를 공부해야 할 때다. 그것이 꼭 필요한 시대다.

 

이 책은 "우리 역사는 깊다"의 2권이다. 7월 18일부터, 12월 30일까지 일어난 일들 중에서 지금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역사적 사실들 30편을 골라 이야기해주고 있다.

 

첫 장면이 을축년(1925년) 대홍수부터 시작한다. 엄청난 비로 백성들이 고통을 받았던 때... 이것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 4대강 사업이 을축년 대홍수와 연결이 되는데... 홍수와 가뭄을 방지하기 위해 4대강을 정비한다고 하더니... 어느 것 하나 효과적으로 이루어내지 못한 상태...

 

엄정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저자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관점을 이 책에서 드러내고 있다.

 

2권의 첫장면에서 대홍수를 이야기하면서 4대강을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이렇게 자신의 관점을,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자연을 개조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자연의 위험을 역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그 믿음을 수시로 붕괴시키곤 했다. 자연재해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형성된 균형 관계가 일시적이고 잠정적임을 깨우칠 수 있는 교훈이다. 그 교훈이 궁극에서 가르치는 바는, 자연을 함부로 길들이려 하지 말라는 것. 인간은 자연에 얹혀사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 아닐까.  25쪽

 

그리고 마지막 부분인 12월 30일은 청와대를 다루고 있다. 경무대에서 청와대로 이름이 바뀐... 그런 역사적 사실. 처음 알았다. 경무대가 건물이 아니라 지명이었음을... '대(臺)'라는 말이 평지보다 높은 곳을 의미한다는, 인간의 세상보다는 천상의 세상에 가까운 곳임을...

 

그런데도 우리는 '경무대'를 건물의 이름으로 알았고, 이 이름을 다시 '청와대'로 바꾸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으니...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자, 그 무지함으로 비웃음만 사면 좋으련만,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리기도 하니...

 

이름을 잘못 붙인 것을 넘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들어서 명심해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을 잘못 지은 것이 무슨 대수인가. 그보다는 대통령 관저로서 '대'라는 이름에 충실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때로는 천문대가 되어 하늘에 비치는 민심을 살피고, 때로는 무대가 되어 국민들 즐겁게 해주면 좋지 않은가.   321쪽.

 

우리 역사의 날짜들을 짚어가면 우리 역사의 깊이를 보여주는 책인데, 이 마지막 장면은 너무도 절묘하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그들에게 이렇게 해주길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역사를 반복하게 하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