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지 '삶이 보이는 창'을 읽으면서 내 눈에 띠지 않았던 삶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잡지가 있기에 우리네 삶이 좀더 풍요로워지고, 사람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 잡지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동안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했던 제작지원금이 갑자기 끊겼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출판사들의 형편이 어려운데, 삶창은 출판사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여러 일을 하는 단체고, 그 가운데 출판 업무를 해서 우리가 잊고 있던 또는 잃고 있던 노동자들의 삶, 또 그늘에 있던 삶을 우리 눈에 보이게 했던 단체였는데.... 갑자기 지원금을 중단하다니...

 

물론 편집인의 말대로 자립했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이런 잡지가 우리나라 문화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이 이 잡지의 유지에 그래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화려한 삶이 아닌,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런 책에 후원금이 많이 들어올 일도 없고, 없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보태는 돈으로 근근히 유지는 하겠지만...

 

유지하려는 방편으로 이제는 격월간이 아닌, 계간으로 바꾼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는지 이번 105호에 실린 글들 중에 앞부분에 나오는 "오늘"이라는 꼭지가 마음에 와닿는다.

 

노동자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그동안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쩌면 이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노동을 보여주고 있다.

 

행사도우미 노동자... 전형적인 비정규직. 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임금도 제때 받기 힘든... 그래도 약자라서 에이전트 눈치를 보아야 하는... 또 나이가 들면 할 수도 없는 그런 한시적인 노동,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주지는 않지만 우리 삶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

 

어린이집 보육교사... 아이들의 인성이나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람임에도 소외된 교육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유치원부터 초중등, 대학까지의 교사, 교수들과 판연히 다른 대우... 나이들면 임금이 올라간다고 오히려 기피당하는 그런 노동.

 

어머니같이 보살펴 달라고 하면서도 이들이 제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이나 노동시간, 또 임금에 대해서 과연 사회적으로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직접 보육교사로 일한 사람의 경험담을 읽으니, 마음이 짠하다.

 

학교급식노동자... 나라를 이끌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이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데, 이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 이들의 노동강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이들의 대우는? 조금 나아졌다는 하지만 아직도 열악하다. 우리네 아이들 밥상을 올리는 사람들, 이들이 편하게 일해야 아이들 밥상이 건강해진다. 그걸 명심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장애인 노동... 아직도 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도 힘들고, 노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기초수급자가 되면 직업을 갖는 순간 잃게 되는 것들이 많으니... 장애인은 단지 몸(또는 마음이)이 불편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그러나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동에 대해서 다뤄주고 있다. 이들처럼 '삶창'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해 왔는데... 더 힘들어진 삶창이 되어가고 있으니.

 

'삶창'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계속 우리에게 삶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 역시 보이지 않는 삶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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