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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모험놀이
방승호 지음 / 이지스에듀(이지스퍼블리싱)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왜 학교의 교장들은 학교에서 가장 큰 방을 쓸까? 그렇게 큰 방을 쓰면서도 그들은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이 가장 적다. 가장 적은 정도가 아니라 교장의 얼굴을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이다.
학생들만이 그러하겠는가. 교사들도 교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사람이 많으리라. 그만큼 교장이라는 자리는 권위적이고, 또 남들과 떨어져 있다.
외국의 교육관련 책들을 읽으면 교사는 수업에 전념하고, 학생 생활지도에 문제가 생기면 교장에게 의뢰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교장은 학생들을, 그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수시로 만나고, 그들을 지도하는 책임을 진다. 그런 그들에게는 큰 방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학생들과 만나고 학생들과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을 하는 공간만큼 큰 공간을 교장에게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교장들에게 큰 방을 주는 일은 무언가 좀 아쉽다. 공간의 낭비로 흐르기 쉽다. 기껏해야 부장교사와 같은 특정교사들의 회의 때나 교장실을 쓰니 말이다.
교장에게 학생 상담의 의무를 주어 그 큰 방을 활용하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을 쓴 방승호 교장에게는 더 큰 방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만큼 학생들을 자주 만나며, 자신의 방에서 학생 상담을 하기 때문이다. 그냥 앉아서 하는 상담이 아닌, 몸을 움직이는 상담.
어쩌면 교장의 바람직한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여러 책에서 만난 방 교장은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3집까지 음반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는 사실, 교장이라는 행정가의 업무뿐만이 아니라 모험상담가로 활발한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어서 이런 교장이 학교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책은 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모험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모험놀이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비록 제목에 '우리집'이라고 하여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또 부모에게 권하는 내용으로 책이 짜여져 있지만, 교사들이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데리고 할 수도 있다.
부모나 교사에게 모두 유용한 책인데... 문제는 시간이과 공간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학교에서 무슨 문제를 지닌 학생들은 가정에서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대부분은 가정에서 인정을 못받아 애착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지 않거나, 부모의 폭력적인 모습으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부모의 문제다. 그런데 이런 부모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할뿐더러 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
먹고 살기 바빠서, 정신없이 일하고 와 집에 와서는 고꾸라지기 일쑤인 사람들이다. 맞벌이도 그렇지만, 맞벌이가 아닌 부부는 어느 한 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잘 고쳐지지 않는다. 부부싸움의 대다수가 돈때문이라고 하듯이 가정이 힘든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대부분 돈이다.
돈이 없으니, 시간의 여유가 없고,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가정은 집이라는 공간이 있으니, 공간 확보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간 확보에 이렇듯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는 공간이 부족하다. 상담실이라고 있지만, 그곳은 대부분 앉아서 할 수 있는 공간이고, 수업을 마친 교실에서는 책걸상이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유휴공간은? 그런 공간은 방과후다, 동아리다 하여 다른 학생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
가장 여유 있는 공간은 교장실인데... 누가 교장실을 상담하는 장소로 이용하겠는가. 도대체 어느 교사가, 교장이 있는데... 또 교사들은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다.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학생들 상담은 이렇듯 학교와 가정에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가 여유로운 사회로 가야 한다. 어느 정치인의 말대로 '저녁 있는 삶'이 구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 문제도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방 교장과 같이 교장실을 상담실로 쓸 수 있는 교장들이 나와야 하고,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몸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사회가 그런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살고, 부모가 살고, 사회가 산다. 우리나라가 산다.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는 가정이 아니더라도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테니, 아이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도 이 책을 읽으면 좋다. 적어도 한두 개쯤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나 시간은 교사들의 의지가 있다면 힘들어도 마련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면 학생과 더 좋아진 관계를 맺고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