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질서 - 노르웨이·핀란드 교육에서 배우다
안애경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실시한단다. '인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하는 것. 소위 말하는 '인성교육 진흥법'

 

'인성'이 교과목처럼 가르쳐 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가르쳐진다치러다로 그 가르침이 사교육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왜 '인성'을 학교에서 교과목처럼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만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성이 형편없기 때문인가?

 

청소년의 인성이 형편없는지는 의문이지만 만일 그렇더라도 청소년은 어른들의 거울이니 청소년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어른들이 반성은 하지 않고, 자신들이 제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학교에서 교육을 하면 된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온 노르웨이나 핀란드와는 정반대의 결론을 얻어낸 것이다. 노르웨이나 핀란드는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학교는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배우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배움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어른들이 삶을 통해서 보여줄 때 일어난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남들을 배려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책임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아이들도 따라하도록 유도를 한다.

 

학교 건물을 지을 때도 건축가가 학교의 구성원들과 상의해서 최대한 편리하고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지으려고 하고, 교과과정에서도 모두가 하나 되어 나를 따르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능력에 맞게 배우도록 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서 또 어른들의 삶을 통해서 자연스레 남과 어울리고,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배우게 된다.

 

이러니 교과목에 굳이 '인성'이라는 항목을 넣을 필요가 없다.

 

북유럽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나라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쓴 책인데... 글도 간결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고, 사진도 많아서 두 나라 아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가 있는 책이다.

 

여러가지 부러운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다는 점이 부럽다. 아이들은 교과서 공부보다는 함께 어울리면서 지내는 활동을 통해 배우게 되고, 이는 놀이를 통해서, 음식먹기를 통해서, 예술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여기에 핀란드 학교의 식당은 생각할 점이 많다. 그릇들이 모두 도자기와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것. 우리나라 같으면 깨지기 쉬운 도구를 썼다고 뭐라고 할텐데... 이 나라들은 일부러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깨지기 쉬운 재료들을 비치함으로써 더 조심스럽게 소중히 다루는 습관을 지니게 한다는 것이니... 이런 점 배워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놀이 시간을 충분히 주고 어른들이 간섭하지 않는 것. 실습을 할 때는 정석으로 한다는 것.

 

가끔 다치는 아이가 나오지만, 다치면 반창고를 붙이고 다시 하게 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학교는 행여 아이들이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위험한 도구들은 아예 다루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직접 제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학교 교육이 안 되고 있으니...

 

이런 저런 점을 합쳐 '인성'이 학교의 교과목으로 들어와도 제대로 아이들의 마음에 들어갈지 의문이다.

 

'인성'은 노르웨이나 핀란드처럼 교과목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함께 지내면서 또 어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얻을 것이 많다. 이렇게 아이들이 생활하게 하고, 어른들 역시 남과 자연을 배려하는 모습을,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유럽 사람들의 삶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참조는 될 듯하다. 이들의 삶을 참조해서 우리들이 전통적으로 삼아 왔던 환경친화적인 삶, 서로 배려하는 삶, 여유로운 삶, 그리고 아이들을 기다려줄 줄 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마치 현대판 '유토피아'를 읽는 느낌이었지만... 이것은 불가능한 삶이 아니니까... 이런 삶을 자꾸 읽다보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그런 삶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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