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42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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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발견한 이성복의 시집.

 

'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

 

제목이 특이하다. 표지에는 한글로 되어 있지만, 분명 한자다. 그런데 해석이 안 된다. 물론 책을 펼치면 해석이 되어 있다.

 

'신라 향가인 풍요(風謠)(공덕가)의 한 구절로서, '오다, 서럽더라'의 뜻으로 새겨진다. 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이 이두문자를 의역하면 '이곳에 와서, 같아지려 하다가, 슬픔을 맛보고, 맞서 대들다가, 많은 일을 겪고, 비단처럼 펼쳐지다'로 이해되는데, 그 또한 본래의 뜻과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시인의 말에서

 

신라시대의 시라고 할 수 있는 향가 중 하나인 풍요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 왔다는 것이다. 풍요는 공사에 동원된 농민들이 시름을 잊기 위해 불렀던 노동요라고 하는데...

 

이 시집에서는 그래서 슬픔, 죽음들이 많이 나온다. 무언가 분위기는 무거운데... 그래서 딱히 시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데... 자연 다큐멘타리를 떠올리는 '뚝지'라는 시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해서 머리 속에 선명한 영상으로 남게 되고...

 

시집의 제목과 같은 '래여애반다라'는 무언가 침울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는데, 그 분위기 속에서도 묘한 삶의 욕구가 느껴지고 있다.

 

힘들 때 부르는 노동요는 일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노래이기도 할테니, 이 시집에 나와 있는 죽음들은 결국 삶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시부터, 여러 번 읽고 곱씹어야할 시들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직접 읽어보면 될 일을.

 

시집은 읽어야 한다. 한꺼번에 죽 읽어도 좋고, 또 한 편씩 한 편씩 음미하며 읽어도 좋고.

 

이 시집은 첫시가 '죽지랑을 기리는 노래'인데... 이는 향가의 '모죽지랑가'를 떠올리면 되고, 마지막은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이니, 이는 '찬기파랑가'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시집은 신라시대 향가에 대한 변주라고 보면 된다. 향가가 신라 시대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는 노래라면, 이 시집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담고 있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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