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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걸그룹으로 산다는 것은 - 걸그룹 소녀들에게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준 매니저의 이야기
이학준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12월
평점 :
K-POP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이 세계로 뻗어나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 음악, 특히 젊은이들, 소위 말하는 아이돌의 음악을 K-POP이라고들 한다.
엄청나게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겼을 정도로 K-POP의 인기는 외국과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넘쳐나고 있는데... 가끔 언론에서는 이렇게 스타가 된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소속사와 가수 사이의 소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에 하나인 아이돌 가수 - 아니 그냥 가수라고 해도 좋다 - 가 되기 위해서는 노래 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외모도 되고, 몸매도 되고, 또 뒷받침해줄 재력도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요즘 말이라면, 이런 것들을 다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획사를 찾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 본인이 원해서 기획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기획사 측에서 아이돌로 성공할 만한 아이를 찾아 선발하여 연습생으로 혹독한 훈련을 시켜 가수로 데뷔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가수들의 모습은 화려함의 극치고 이는 선망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화려한 겉모습에 열광하고 있는데, 발레리나의 발처럼 그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도록 가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알지 못한다.
그런 알려지지 않는 면을, 겉모습의 화려함보다는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먼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는데, 이 책의 뒷부분에 그 영상자료가 있으니 나중에 참조하면 될 것이고, '나인 뮤지스'라는 걸그룹이 데뷔하기 전에 한 해 동안 그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지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연예인으로 데뷔가 된 이후에는 자신의 사생활을 관리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속마음을 비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중파에 데뷔하기 전부터 데뷔할 때까지 함께 지내면서 촬영하고 기록한 사람의 글에서는 그들의 속살이 어느 정도 보인다.
그 화려함 속에 숨겨져 있는 갈등, 고통,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이것이 '아이돌 현상' 속에 숨어 있는 모습이구나 할 수 있다.
아마도 연예인 지망생들이 이 책을 읽고 연예인 현실에 대해서 간접경험을 하고 자신들의 진로를 정한다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연예계는 정글이라고 불린다.
연예계는 혹독한 정글이다. 여기서 생존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짐승처럼 날 선 감각'과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처절하게 버려질 것이다. 운좋게 생명을 부지하더라도, 아웃사이더로 지내야 한다. 143쪽.
내가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되는 정글. 약육강식의 세계로 이보다 더한 곳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아서 노래를 한다는 말, 좋아서 춤을 춘다는 말, 그것은 스타가 되어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한 다음의 일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매니저의 말을, 기획사의 말을 따라야 한다.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가수 지망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켜 내지 못한다. 바로 이런 관계 때문이다.
스타가 되면 누구나 연예인의 말에 복종했다. 그러나 그리 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다른 이의 말에 따라야 했다. 매니저와 스타, 그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인기였고, 달리 말하자면 돈이었다. 152쪽.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몇 번의 방송으로 확 뜨지 못하면 그들은 홍보 차원에서 행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야 한다. 한마디로 유랑극단이 되는 것이다. 특히 걸그룹들은 군대 행사라면 빠지지 않고 가고, 각 지역의 축제에도 가게 된다.
이러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는 필요없어진다.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들, 스타가 되지 못한 가수들, 그들은 기획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결국 스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유랑극단처럼 전국을 오가는 아이돌 그룹에게 교통사고는 피하기 힘든 숙명이었다. 232쪽.
몇몇 아이돌 그룹들이 이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도 있었고, 최근에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그만큼 그들은 스타가 되기 위해서 잠도, 건강도, 청춘의 즐거움도 포기하고 차에 자신의 몸을 싣고 밤낮으로 달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연습생이 되지 못해서 안달인 아이들이 많으니... 기획사 입장에서는 스타를 만들기 위한 예비 인력은 늘 넘쳐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K-POP에 대한 평가를 글쓴이는 망설이는데, 그럼에도 그는 책의 끝부분에서 이렇게 정리한다.
(K-POP 시장은) 한국 전쟁 이후 압축 성장한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닮았다.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을 모아서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킨 뒤 대중들이 원하는 스타의 모습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이었다. 275쪽.
스타 제조시스템에는 몇 가지 성공방식 ... 귀에 꽂히는 후크송을 내세울 것. ... 뚜렷한 콘셉트, 홍보 포인트. 276쪽.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방송에서 보는 연예인들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그들의 화려함에 박수 갈채를 보내지만 그들의 숨겨진 눈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알고 시도하는 것과 모르고 시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거의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연예인병이 유행하고 있는 이 때, 한 번 이런 책을 읽어보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읽고, 연예인이 되기까지의 이면에 이런 일들이 있다고...직접 경험한 일을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 있다고, 읽어보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시도해 보라고.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획사의 고난, 그들의 노력, 매니저들의 헌신, 고통도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 여러모로 연예인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