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녹색평론이 나와?”

“여전히 나오고 있어요.”

이게 내가 '녹색평론 142호"를 읽고 있다가 다른 사람과 주고 받은 대화다.

녹색평론이 아직도 나오냐는 질문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이미 환경, 생태에 관한 이야기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또 그만큼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하는 이 책은 실효성이 다하지 않았냐는.

또 녹색평론은 너무도 당연한 말들만 하니, 이제는 식상해하지 않느냐는, 그런 생태근본주의 책은 이제는 필요성이 떨어지지 않았냐는.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른데...


녹색평론이 나오지 않을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한다. 하나는 정말로 사람들이 너무도 식상해 해서, 이제는 그런 근본주의적인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아우성을 칠 때, 녹색평론이 발간이 되어도 우리나라 상황에서 아무런 실효성이 없게 되면 그 때는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가 생태 사회로 전환이 되어 삶 자체가 생태적일 때, 그때는 평소에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공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공기와 함께 살아가듯 녹색평론이 이미 우리 삶에 녹아들었기에 더 나올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둘 다 아니다. 생태에 관한 근본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고, 또 우리 사회는 생태 사회로 전환이 되지 않았기에, 생태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우리들의 의식을 깨우치는 녹색평론은 발간되어야 한다.


그게 녹색평론이 여전히 발간되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이번 호 역시 생각할 거리가 많다. 특히 4월 16일, 세월호,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어쩌면 해결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그 사건이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 경제 구조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의 민주화, 정치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이루어지기 힘듦을 이번 호에서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고나 할까?

 

세월호에 관한 글은 '세월호 참사 1년, 고통과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글이 묶여 있으며, 박 준의 시까지 하면 세 편의 글이 이번 호에 실려 있다. 물론 여는 글까지 하면 네 편이고...

 

우리 사회의 모든 면이 이 세월호에 담겨 있음을,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삶의 변화 없이는 해결이 되지 않음을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그런지 이번 호에는 경제나 민주주의에 대한 글이 많다. 민주주의,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나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닌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글들을 담고 있는데...

 

너무도 많은 것들을 관료나 특정 직업인들에게 위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우리는 시민이 되지 못하고, 국민으로 지내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글들이었고...

 

이런 전체를 살필 수 있는 글 이외에 생태, 환경과 관련하여 우리 삶에 밀접하게 관계있는 일을 다룬 글이 있어서 충격을 주었다.

 

'대한민국 쓰레기시멘트의 비밀'이라는 최병상의 글인데... 우리나라 건물들이 쓰레기를 재활용한 시멘트로 지어졌다는 사실, 지어진다는 사실을 이 글을 통해서 처음 알았으니, 내 살고 있는 집 역시 쓰레기시멘트로 지어졌을 가능성이 너무 많은데도 까맣게 모르면서 좋다고 지냈으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기본적인 3요소가 '식,의,주'라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쓰레기시멘트로 지어졌다고 하니... 

 

이런 점에서 녹색평론의 가치가 발현된다. 경제니 정치니 하면 사람들이 먼저 귀를 막고 볼 생각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 삶과 밀접한 곳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 경제에 관한 글과 우리 실생활 문제에 관한 글이 함께 실려 있어서 거시적인 면과 미시적인 면을 함께 살필 수 있게 된다. 

 

이게 바로 녹색평론이 '여전히' 나와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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