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눈 - 서경식 에세이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서경식의 미술 관련 책을 읽었다. 좋았다. 그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 어쩌면 그림을 그림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서 세상을, 삶을 보는 그의 눈이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한겨레 신문에 글을 연재한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읽었던 적도 있고, 그냥 넘어간 적도 있는데, 이 책은 그가 연재한 글들을 엮은 것이다.

 

신문이 그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시론(時論) 형식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면, 책은 그보다는 조금 늦게 더 넓고 깊은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똑같은 글일지라도 어느 매체를 통해서 언제 읽으냐에 따라 글의 효용성은 달라진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서경식의 글이 신문에 실렸을 때는 그때 당시의 상황과 맞는, 또는 맞서는 글이었을테고, 그 때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고무했다면,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나온 이 책은 시대의 한 상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상황을 통해서 앞으로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디아스포라' 흔히 이산이라고 번역되는 이 말은 내부보다는 외부, 다수보다는 소수라고 생각하면 되고, '디아스포라의 눈'이라고 했을 때는 그래서 외부에 있는 소수자의 처지, 또는 내부에 있더라도 주류에 편입되지 않은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런 '디아스포라의 눈'이 왜 필요할까? 서경식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사를 '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한 개인이나 사회가 건전함을 유지해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6쪽)

 

모두가 똑같은 방향에서 똑같은 높이로, 똑같은 것만 보는 사회를 상상해보면 그런 사회는 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다. 사람들은 숨막힐 수밖에 없고, 이런 사회에서 다른 생각은 곧 이단이 되어 버리고 만다. 사회에서 배제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런 사회일수록 자신들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바로 '디아스포라의 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고, 서경식은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자이니치라고 한다) 조선인이고, 그의 형인 서승과 서준식은 우리나라에 유학왔다가 간첩단 사건으로 감옥생활을 했고, 그는 형들로 인해 우리나라에 유학올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는 배제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내부에 속해 있지만, 외부에서 소수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시선으로 읽는 사회가 우리들의 사회에 대한 시선을 교정해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 책에는 일본과 한국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일본과 한국에 걸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어쩌면 우리는 일본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는 그의 우려 때문인지도 모른다.

 

많은 면에서 우리는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는데, 싸우면서 닮아간다고 해야 하나, 일본이라는 아주 좋은 거울이 있는데, 그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거울 속의 모습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책의 끝부분 발문에서 한홍구가 서경식을 가리켜 비관주의자라고 한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우리가 일본을 따라가면 안된다고, 일본의 우경화를 따라가면 안된다고 많이 걱정했는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그의 걱정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3년이라는 시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사건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현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런 활동을 통하여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신문에 실렸을 때 느꼈던 점과는 다른 점들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눈... 내부에서, 주류의 시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외부에서 소수자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 점이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쪽으로 바꾸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를 보는 또 하나의 눈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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