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오찬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사이인가 대학생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어졌다. 오히려 청년들이 더 보수적이고, 수구로 흐르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지녔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취업 사관학교로 전락했고, 사람을 우선시 한다는 대학이 사람을 상품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비판이 사라진 대학, 함께 함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 대학, 지성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대학.

 

이런 대학에서 학생들은 오로지 기업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길러져 사회에 나온다. 그들이 대학 간 목표이자 이유는 좋은 곳에 취업해서 자신들의 생계를 꾸려가는 것이다.

 

더 이상의 목표는 없다. 학문을 하겠다, 진리를 추구하겠다는 말은 이미 대학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만큼 대학은 이제 지성의 전당도 진리를 추구하는 곳도 아니게 되었다.

 

대학에 대한 평가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 있는 이 말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은 교육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다. 애초의 목적을 잃어버린 경주이지만 마지막 주자는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향해 보란 듯이 진격한다. '무감'을 만들어내고, '영어'를 숭배하고, '돈'만 되면 무엇이든 하고, '비판'을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하는 대학에는 고통을 고통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주술만 가득하다.. 대학은 '경제가 어렵다' '기업이 힘들다'는 말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고, 효율성을 최고의 논리로 여기는 '완전체' 학생들만 탄생시킨다.' (348쪽)

 

이것보다 더 정확한 분석이 어디 있겠는가.

 

사회 모든 곳에서 경쟁이 우선이 되듯이, 지성을 길러야 하는 대학에서도 상대평가라는 명목으로 경쟁만을 유발하며, 대학평가라는 족쇄로 대학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대학 평가로 인해서 전공실력을 쌓기보다는 평가에 맞는 강의를 할 수밖에 없고, 그 이유로 대학에서 영어강의가 늘어나고, 어줍잖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기에 심도 있는 공부는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단지 영어 수업만이 아니다. 대학생들 역시 자신의 진로가 취업에 있기에 취업에 방해되는 일들은 대학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취업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바로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의 전당이었던 대학이 이제는 표준화된 사고만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려 드는 교수, 강사가 있다면 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대학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취급당할 뿐이다.

 

정말 암울하다. 인문학, 사회학이 사라진 대학, 비판적 사고가 사라진 대학, 협동은 없고 경쟁만 남은 대학.

 

공부는 없고, 배움도 없고 오로지 학점만 남은 대학, 그래서 취업이라는 미끼로 대학 문화가 통제와 억압을 대표한다는 군대문화 쪽으로 흘러도 그러려니 하고 마는 대학.

 

사실, 간호대학이 그렇게 군사문화와 유사한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체육관련 학과들이야 심심찮게 언론에 나와서 알고 있었지만, 간호학과마저 그럴 줄을.

 

적어도 약한 사람을 사랑으로 만난다는 그런 학과에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그런 군사문화가 간호학과뿐만이 아니라, 많은 학과들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이라는 미끼때문에... 선배에게, 교수에게 잘못 보이면 취업을 할 수 없고, 기업을 비판하면 취업이 힘들어지기에...그냥 그런 문화에 익숙해지는 대학.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으로 찾아나가는 시기가 대학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기업에 맞추고, 기업이 원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변모시켜 나가는 시기가 대학 시기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먼 미래에는 모든 것이 개인 책임이지, 도무지 사회적 책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만 득시글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그 부끄러움조차 인식 못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기성세대들의 모습을.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지성인에서 이제는 단순한 기업인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적어도 교수라면 비판적 지성을 동원하여 사회의 문화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이제 교수들은 그런 능력이 없음을 이 책에서 너무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저자의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니, 대안을 제시할 수가 없다. 단지 대안이라고 하면 지금 현실이 이렇다고, 현실의 본모습을 가리지 않고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게 문제다. 봐라, 이렇게 가면 우리나라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점점 시민이 없어지는 사회로 우리는 가고 있다. 시민이 없는 공화국. 그건 끔찍한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민이 되도록 나부터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이런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대안의 첫걸음이다.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고의 단일성을 벗어나 다양성을 보여주는 일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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