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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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답답해지는 책이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면서 청년들에게 아픔만 주고 있다. 그들이 치유할 수 있는, 아픔을, 그들의 상처를 옹이로 만들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너희들이 잘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만 하고 끝난다면 별 문제 없다. 왜냐하면 이런 말들을 받아들일 대상이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 말들을 그냥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것으로 내면화한다.

 

"능력주의 사회, 자기계발의 사회"라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청년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자신 탓으로만 돌린다. 내가 못해서 이렇게 되었어. 이게 다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환경에 대해서는 보지 못한다. 그저 개인탓이다. 개인탓이기에 내가 좀더 아파야 하고, 내가 좀더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은 더 노력을 안한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존재들일 뿐이다.

 

이런 생각들을 내면화시키는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일조를 한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자기계발서'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목적으로 쓰여졌지만, 오히려 청년들을 희망고문에 빠뜨리고, 좀더 넓고 크고 멀게 볼 수 있는 눈을 가리고 오로지 자신 탓으로만 돌리게 하고 있다고.

 

이 책은 지금 20대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이 왜 사회적인 공감능력을 상실했고, 모두를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게 되었으며, 그들 내부에서도 철저한 분리주의가 성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대학의 서열화가 공고하게 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 서열화를 깰 생각을 하지 못하고 대학생들이 오히려 이런 서열화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은 새롭다. 우리는 대학생들을 대학서열화의 피해자로 생각하기 쉬운데, 대학강사로 여러 대학 학생들을 만난 사회학 강사인 저자는 대학생들 자신이 이미 대학 서열화를 내면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내면화가 다른 부분에서도 작동을 하기에, 그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라든지, 철거민들의 투쟁 등등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을 왜 날로 먹으려 하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는... 정말 무서운 사고방식의 습관화.

 

왜 이렇게 됐을까?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던 IMF. 이 때 우리 모두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우리 내면으로 들어와 버렸다.

 

엄청나게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었고, 해고가 자유로와(예전에 비해서)졌으며, 한 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그 사태가 내가 잘해야 한다, 내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내 잘못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둘째가 대학의 경영학과화.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가 먼저 시작을 했다지만, 지금 모든 대학들이 취업이 되는 학과만 살려두고 그렇지 않은 학과는 통폐합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영학과가 한 학과가 아닌 대학의 전부가 되어버리고 있는 현실, 대학의 경영학과화는 다양성의 상실이며, 다른 눈을 갖지 못하게 하는 방편이고, 또 젊은이들이 오로지 취업에만 목매달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경영학은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대학에서 가르치든 거의 같은 내용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는. 하여 대학생들이 다양한 사고, 폭넓은 사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것. 암담하다.

 

셋째가 before/after라고 한다. 이전과 이후. 네가 스펙을 쌓기 전과 후, 네 얼굴을 고치기 전과 후. 이 말은 오로지 네 책임이라는 뜻이다.

 

잘못되면 네가 노력을 안 한 거다. 왜 할 수 있는데, 한 사람이 있는데 넌 안 하녀? 또 못 하냐다. 그러니 네가 책임져라. 이건 네 책임이다. 네 잘못이다.

 

여기서 구조의 문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길은 없다. 주어진 길을 열심히 따라 가라. 못 따라가면 넌 낙오된다.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러니 이렇게 따라오지 못한 사람들은 낙오자다. 그들이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다. 이들이 나와 같을 수는 없다. 이들에게는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더 노력한 나에게는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하는 것이 맞다.

 

차별은 정당하다. 그것은 차별이 아니다. 노력의 차이에 대한 댓가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한단다. 기껏 수능 점수 하나로 대학이 갈리고, 가정환경에 따라서 자기들이 얻을 수 있는 지적 자산이 달라져서 출발점이 달라지고 장비가 달라져 결과가 달라졌을 뿐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단다. 오로지 앞만 보고, 위만 보고 갈 뿐이다. 마치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남들을 짓밟고 오르기만 하는 애벌레들처럼. 

 

그곳에서 내려와 자신만의 길을 가서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애벌레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나비가 되기 전에 고치로 죽고 말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회도, 젊은이들 자신도.

 

읽을수록 암담하다. 지은이는 자기계발서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도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는다. 분석만 있을 뿐이다.

 

박사논문을 다듬은 것이라서 그런지, 사회학적으로 지금 20대를, 그것도 대학생들을 분석은 했으나 대안 제시는 없다. 물론 대안 제시는 불가능하다.

 

경쟁을 내면화하고 능력주의가 옳다고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이 대안 역시 외부에서 이미 성공한 어른이 제시하는 한 방편일 뿐인데...

 

그런데도 아쉽다. 대안을 어른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눠서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은가. 적어도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처럼 토익, 토플 책을 버리고 짱돌을 들라고 말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대안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몫이다. 어른들도 청년들도 모두 자신들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덧글

 

그래서 사실 예전 한완상이 주장했던 것이 그립다. 모든 취업원서에 자신의 출신대학을 적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적어도 입사원서란에 출신대학란을 삭제한다면... 작은 시작이지 않을까. 이것은 기성세대도 또 젊은세대로 함께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다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주장을 함께 해야 한다. 적어도 사람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일자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세대를 아울러 먼저 6시간 노동이 법제화되도록 주장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고... 여가시간을 갖게.

 

여기에 월급, 최상위와 최하위의 차이가 25배가 넘지 않도록 법제화할 것. 적어도 강제를 통한 균형도 필요하지 않을까.

 

또 기본소득을 주장할 것. 청년들이 생계를 걱정해서야... 생계는 사회가 책임지고 해결해주고, 청년들이 생활을 고민한다면, 그때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 함께 만들어갈. 적어도 지금처럼, 청년들이 위기의식 속에서 허우적대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암울할테니 말이다.

 

읽고나니 참 우울한 책이다. 이게 단지 청년들의 자화상만일까? 지금 이 나라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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