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잔혹史 -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고자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김성환.이승준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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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니다. "잔혹사"라는 말이 붙기에는. 소소한 사고는 있었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러한 잔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 주사와 같은 책이다. 예방 주사는 미리 놓는 것.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대비하는 것이니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대비를 한다면 '잔혹사'라는 이름이 붙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잔혹사'라는 이름이 붙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자력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바로 그것이 시민의 책무일텐데... 원자력에 관한 정보는 매우 통제가 잘 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은 극히 제한된 정보만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책들이 나와서 사람들로 하여금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책이 반가운 이유가 이것이고, 특히 과학자들이 쓴 책이 아니라 기자들이 원자력 발전에 관한 취재를 하고 그 결과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는 점에서 더 반가운 책이다.

 

특히 월성 1호기 재가동이 결정된 시점에서 앞으로 계속되어질 수명이 끝난 원전의 재가동 여부가 문제가 될텐데, 그런 재가동 결정에 일반 시민들이 전혀 관여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소수의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이 책이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총 5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들이 모두 읽을 만하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원전 안전 신화의 붕괴, 한수원을 부검하라, 원전의 경계인들, 욕망의 경제학, 2035년 원전의 미래

 

안전하다고 여겼던 원전이 안전하지 않음이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세 차례의 대형 사고를 통해서 밝혀졌으며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비리사건부터 부품 위조 사건 등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사건이 있음을 1부에서 보여주고 있다.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원전에 아주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으로도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복마전처럼 온갖 비리가 얽혀 있으니... 잘못하면 '잔혹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 2부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대해서 섦여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 기관이 '원전 마피아'란 말을 들을 정도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 이런 폐쇄성에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음을.

 

이렇게 원전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는데 이를 4부에서 다루고 있다. 엄청난 이권이 개입되고 있고, 그러면서도 숨어 있는 원전의 비용을 감추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 법.

 

그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다룬 것이 3부다.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원전이 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송전탑이 지나가는 곳에 자리잡은 밀양과 같은 마을 사람 사람들에 대해서.

 

이 장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살기 위해서 들어간 일자리에서 도리어 죽음에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원전이 완전 폐기될 때까지는 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5부는 2035년 원전의 미래다.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많은 나라들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고, 삼척 같은 도시에서는 주민투표로 원전 건설 반대를 결정했음에도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전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으니...

 

여기에 중국에서는 더 많은 원전을 짓겠다고 하고 있어 원전이 우리나라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 함께 공조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적어도 원전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면 다른 발전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생활이 바뀌어야 한다.

 

차들이 많이 밀린다고 도로를 넓히는 정책에서 이제는 반대로 도로를 좁히는 정책으로 나아가듯이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 생각해보고 우리가 지닌 생활방식을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면서 원전을 폐쇄하는 운동을 해나가야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는 것이 힘'이고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우리는 원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는 단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도 이대로 지속하면 안된다는 운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몇년 뒤면 또다시 원전 재가동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때 원전에 대해서 알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우리 시민들에게 원전에 관한 기초를 잘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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