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총기 사고가 난무하고 있다. 흉악 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며, 묻지마 범죄도 일어나고, 무언가에 분노한 사람들이 그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게 풀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는 이러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연 이런 사건 사고들이 예전에는 없었을까? 특별히 요즘에 들어서 더 많아졌을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사건 사고들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자꾸 중심에 놓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엽적인 곳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나 가족끼리 총으로 죽이는 사건이나, 주한 미대사를 비롯해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하는 행위들은 나무의 줄기에 상처를 내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런 행위들이 일어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 근본 원인을 찾아 치유하려고 해야 사회가 안정된다. 그렇게 뿌리를 찾아 뿌리를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자꾸만 지엽적인 문제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과연 안정적인가? 우리들 삶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부터 폭력에 길들여져 있고, 학생들은 입시에 찌들리고 있으며, 대학생들은 취업난에 자신의 청춘을 바치고 있고, 어른들은 언제 짤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노인들은 막막한 생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것을 고칠 수 있는 사회의 근본 개혁이 필요한데... 교육부터 경제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것을 외면하고 땜질 처방만 하고 있으니 이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담 근본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겠지만, 적어도 생계가 막막한 사람이 나오지는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기본소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정부 입장을 보면서 나희덕의 이 시...'나무 한 그루' 얼마나 시의적절한지.

 

그의 시집 "뿌리에게"가 다 읽을 만한데... 그래도 지금은 이 시가 지금의 상황과 가장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자. 그렇게 하도록 하자. 우리도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나무 한 그루

 

학교 뜰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뿌리를 거세당한 채 기울어진다

세상에 이럴 수가,

교장선생님은 얼굴까지 붉히며 열을 올린다

잔인하게도 학생이 이런 일을 할 수가,

학교 뜰의 나무 줄기에

누군가 칼로 긁어 상처를 냈다는 것이다

그런 학생이 사회에 나가면

흉악범이나 될 게 분명하다며

누군지 밝혀내어

마땅한 처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싹수가 노란 것은 미리미리 잘라내야

선량한 나무들이 벌레먹지 않는다고 한다

쓸쓸한 마음으로 나와

시들어가는 나무 한 그루 쓰다듬으니

바람결에 우우우 소리내어 운다

퇴색해버린 이파리,

난자당한 줄기보다 더 아픈 것은

묶여진 이 뿌리, 때문이에요

울고 또 울어도 듣는 이 없어

나무 한 그루 조금씩 조금씩 기울어간다

 

나희덕, 뿌리에게, 창작과비평사, 1995년 4쇄. 46-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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