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 비폭력 교육혁명가 비노바 바베의 배움과 삶, 교육 이야기
비노바 바베, 김성오 옮김 / 착한책가게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노바 바베

 

그에 대해 알게 된 건 평전을 읽으면서부터였다.

 

브라만 출신으로 간디의 제자로 평화운동에 함께 참여하고, 교육운동에도 참여한 사람. 나중에 토지헌납운동을 벌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운동을 한 사람.

 

그 정도였다. 그의 교육론에 대해서보다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토지헌납운동이 더 내 마음에 다가왔고, 그 토지헌납운동이 자비가 아니라 의무임을, 토지를 달라고 하는 일들이 애원이 아니라 권리임을 천명한 그에게 놀랐고, 또 그런 운동으로 많은 토지를 기부받아 공동체를 형성하게 됐다는데 더 놀랐었다. 인도란 나라 만만한 나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그런데 그가 교육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는 사실, 그것이 토지헌납운동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이탈림

 

그가 관여한 교육운동을 나이탈림(새로운 교육)이라고 한다. '새로운' 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교육을 거부하고, 새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나는 의미도 있고, 새로운 인간으로 교육한다는 의미도 있다.

 

즉, 낡은 교육을 거부하고 새로운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교육을 '기초 교육'이라고도 하는데, 이때 기초는 유치원이나 초등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기초'를 배우게 하는 (분명 '가르치는'이 아니고 '배우는'이다. 이는 교사를 중심에 놓은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 그리고 교사 역시 학생이 되는 교육이라는 의미다) 교육을 한다는 의미다.

 

이 나이탈림에서 교사와 학생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그리고 학생이 지금의 교육처럼 학교라는 공간에, 교실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수업시간이라는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교과서로 특정한 교사에게 배우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지식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윤리가 기본이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 비노바는 인도의 교육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특히 대학교육에 대해서는. 대학교육을 배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고, 또 그들은 지식위주로 배웠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으면서 쓸데없는 자부심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노바는 대학을 나왔다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거나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행하는 것을 철저하게 거부한다.

 

좀더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비윤리적인 경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옳지 않은 행위를 덮으려고 하는 경우는 윤리가 중심이 되지 않고 오로지 지식이 중심이 된 교육의 결과인 것이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금과 너무도 비슷하고, 비노바의 이 외침이 지금 우리에게 적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나이탈림은 이런 실생활과 괴리된 교육을 거부하고, 실생활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추구한다.

 

지행일치

 

그래서 비노바의 교육은 지행일치, 언행일치를 추구한다. 배운다는 것은 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행한다는 것은 가르친다는 것이자 곧 배운다는 것이다. 말이란 자신의 행동을 드러내는 도구이다. 말은 곧 행동이다.

 

이것들이 따로 논다면 그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교육이 아니다. 하여 교사는 독립된 공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학생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단지 학생들과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그의 생활 자체가 가르침이 되어야 한다.

 

직업인으로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교직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존재로서의 교사인 것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에서도 전문가가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교사다.

 

그는 말로만 교육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말과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또 함께 함으로써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하는 존재다. 따라서 말과 행동이 가르침과 달라질 수가 없다.

 

통합교육

 

비노바는 통합교육을 주장한다. 통합교육은 교과목을 통합한 것만이 아니라 일과 공부를 통합한 것을 말한다.

 

그는 일에서 멀어진 교육은 죽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일을 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당시 인도에서는 옷을 만드는 실잣기가 필요했고, 농사가 필요했다. 비노바는 교사는 직접 실을 잣고, 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면서 그 원리를 배우게 해야 한다고, 학생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다.

 

교육의 우선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데 있다고 한다. 오로지 '가르치는 것'만 할 수 있다는 학생에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보는지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이것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오로지 '가르치는 것'만 아는, 실생활에서 자신의 필요를 직접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모르는 교사들만 양성하고 있지 않는가.

 

일을 할 줄 모르는 교사들이 일을 천시하는 교육을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니던가. 이런 교육을 비노바는 낡은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생활과 괴리된 교육, 이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교육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비노바의 교육철학이다.

 

교육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

 

비노바의 교육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교육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은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철학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게 해야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을 보자.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철학을 주고 있는가? 아이들이 어떤 것을 배우고자 하는가?

 

적어도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갈 때 의미있게 사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우리는 오직 대학입학을 위한 교육만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일은 천시하고, 어떻게 하면 일을 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까 궁리하게 하는 교육을 하지 않는지... 대학을 나오고 과연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게 하는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 부끄럽기도 하다.

 

자신의 생명을 잇는 존재들을 모두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기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현실, 오히려 그런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현실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우리는 교육개혁을 운운하지만 늘 방법론에 치중했지 철학에 대해서는 등한시했다. 이제는 교육에 대해서 진정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인지 교육 철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비노바의 교육은?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지난 옛날 고리타분한, 그것도 발전하지 않고 농업이 중심이 된 인도의 이야기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가 이야기한 것들은 당시 인도의 상황에 맞는 교육론이었지만, 일이관지(一以貫之)라고 그의 주장이 지닌 핵심을 추구하면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교육철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한 지식보다는 실생활과 연계된 지식을 추구하게 해야 하고, 다른 무엇보다도 윤리가 중심이 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교사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 그는 나이 들어서도 자신을 학생이라고 지칭한다. 교사는 학생이어야 하고, 학생은 교사이어야 한다는 말...

 

이런 것들은 지금도 꼭 필요한 교육론이다.

 

이 책 글 하나하나가 참조할 것이 많은 교육에 관한 책이었다. 비록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는 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