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책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문학으로 자신의 삶을 구한 어떤 간증 같은 것을 바랐다면 이 책을 잘못 고른 것이다.

 

문학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나와 있지만, 그것이 조각조각 연결되어 있어 하나로 이어 읽기가 상당히 불편한 책이다.

 

게다가 작가가 자신이 읽은 작품들을 수시로 인용하는데, 이는 마치 '퀼트'와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저것 모아서 엮어 놓아 하나의 예술이 되게 만든.

 

이 책도 마찬가지다. 여러 작품들의 말을 인용하고, 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도 이야기하는데 이것들이 퀼트 작업을 하듯이 하나하나 독립되어 있지만 서로를 연결시켜 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해서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많은 소설들을 읽었다거나 또 여러 이야기들이 서로 엮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회고록이라고 해야 하는데,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우리가 사실 문학을 읽는 이유가 다 다르겠지만, 이 책의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문학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길 바라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 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 문학은 이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문학은 필요하다. 231쪽.

 

이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흔히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을 많이 쓴다. 문학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삶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종말로 이끌어서 문제지만, 이 베르테르 효과를 거꾸로 하면 문학은 삶을 구할 수가 있다.

 

그리고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볼 수 없으므로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비춰보게 되기 때문이다. 거리를 두고 보기,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때문에 문학은 삶을 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베텔하임이라는 사람이 쓴 "옛이야기의 매력"을 보면 동화들이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에 들어와 그들의 삶을 구하게 되는지가 잘 나와 있다.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게 이야기를 듣고 읽겠지만, 그 과정에서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문제적 시대, 문제적 개인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그런 과정들이 수없이 많이 나온다. 그런 이야기들로 하나의 책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 대다수를 모른다는 것뿐. 만약 알았다면 이 작가가 이 부분에서는 이런 의도록 이 문장을 인용했군, 다음엔 뭘 인용할까 기대하는 재미로 읽었을텐데... 그게 아쉽다.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문학은 우리를 간접 경험의 세계로 이끈다. 이런 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구할 수도 망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문학이란 사람들의 삶을 구하는 쪽에 더 힘이 실리는 문학이겠지. 그래야 문학이 살아남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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