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97호 : 함께 아이 키우기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연일 방송에 나오던 때, 아이를 저렇게 때릴 수도 있구나,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커가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나 하는 생각까지, 어른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던 사건들.

 

여기에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CCTV 설치를 확대하는 것이라니... 교사도 감시당하고, 아이들 역시 보호하는 이름으로 감시당하고, 여기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간을 불신의 공간으로 만드는 정책을 대책이라고 내놓았으니...

 

어디에도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정책은 없고, 오직 책임을 면하려는 정책만 난무하고 있으니,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만나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나는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도 없이 오직 자신들의 책임만 면하고 싶은 마음에 감시를 강화하는 그런 정책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온몸이 오싹해진다.

 

며칠 전에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결정되었다. 수명이 다했는데, 재가동을 해도 괜찮다고 원자력(사실 나는 핵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 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이거와 어린이집 대책이 일맥상통하는 이유가 본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현상태를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순간의 책임을 면하려는 어른들을 보고 그 속에서 보호라는 명목하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를 당하며 자란 아이들은 핵과 같은 중대 사안에서도 그 때의 책임만 면하면 된다는 생각, 누구도 장기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아이들이 중요하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말을 굳이 하지는 않으련다. 이 말은 워낙 많이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어른들이 늘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 점에 대해서 민들레97호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민들레에서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주장하고 있기에, 내 아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데, 이런 긍정적인 모습들을 적극 홍보해서 이들을 따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언론이나 다른 매체들에서도 어린이집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잘 되고 있는 육아방식,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돌봄방식에 대해서 계속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들레에서 이번에 특집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예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거나 또는 민들레라는 책을 통해서 비슷한 방식들을 이미 접한 사람들이 많지만 어린이집 사건을 통해서 일회적이고 책임을 면하려는 처방이 아닌, 정말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그런 돌봄 방식을 우리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유일한 정답은 없다. 아이가 자라고 있는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아이가 행복하게 스스로 설 수 있게 돌보는 것을 공통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자세가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는 기본 태도가 아닐까 한다.

 

' 내 자식을 위한 욕망이 아닐까 염려될 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기준으로 '이것이 주변의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인가' 묻기로 한 것이.' (9쪽)

 

내 자식을 가장 잘 돌보는 방법은 내 자식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식들을 함께 위한다는 마음,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돌봄 방식을 찾는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이번 호의 맨 앞에 나왔다. 결국 내 자식만이라는 이기심은 바람직한 돌봄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힘없는 사회적 약자의 아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돌봄 방식,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 정책 당국자들이 명심해야 할 일이고, 또 시민단체나 교육단체에서 몸담고 있는 사람들 역시 명심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아이의 성장에 책임이 있으니, 이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모든 아이들이, 특히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돌봄 방식을 사회가 마련하는 것 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만은 만들어주도록 하자.

 

'매일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간다. '자기주도적인 삶'은 가르친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놀이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본다. 친구들과 놀면서 서로 도와주고 양보하는 것도 배우고, 교사의 지시 없이도 질서를 알게 된다. 하늘을 지붕 삼아 자연의 조화를 가슴에 담으며 사계절 햇볕이 주는 유익을 매일 받아먹고 누린다.' (131쪽)

  

이번 호 참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아이 키우기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더 많은 것들은 읽어보면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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