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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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프다. 읽기에.

그럼에도 읽어야 했다.

눈먼 자들이 되지 않기 위해.

적어도 책 한 권에 마음을 담을 수는 있기에.

 

이 책에서 말한 '사건과 사고'라는 낱말의 정의에 동의한다. 그래야 한다. 바른 언어 생활, 그것이 우리를 눈뜨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건과 사고.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고, 세월호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다는 말, 전적으로 동의 한다. 언론은 한사코 사고라는 말을 쓰는데, 아니다. 그건 사건이었다.

 

사고와 사건의 차이는 이 책에서 박민규의 글에서 나온다.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눈먼 자들의 국가'

 

이 말에 대해서는 마지막 글에서 엮은이가 정리를 잘해주고 있다.

 

사고는 '사실'과 관계하는, '처리'와 '복구'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 사건이 정말 사건이라면 그것은 진실을 산출한다. 진실이 정말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 진실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때 해야 할 일은 그 진실과 대면하고 거기에 응합하는 일이다. 229쪽

 

이렇게 세월호에 대해서 사고라고 하고, 오로지 보상 쪽으로 문제를 이끌어가면 우리는 '진실'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된다.

 

그렇게 '눈먼자들의 국가'가 된다.

 

이 책 제목이 된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말, 두 가지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국가의 주체를 '눈먼 자들'로 보면 그들은 돈에 눈이 멀었든, 권력에 눈이 멀었든, 진실에 눈을 감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 운영하는 국가라는 뜻이 된다.

 

국민이라는 존재는 안중에 없고 애오라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 그 집단을 권력집단이라고 해도 되고, 관료집단이라고 해도 되고, 자본가 집단이라고 해도 되지만,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자신 이익 외에 다른 것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즉 눈먼 자들이 지배하는 국가는 제대로 갈 수가 없다.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런 눈먼 자들은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또 '진실'을 보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눈먼 자들이 지배층에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에, 진상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기 않았기에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실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14일 신문에 '세월호 진상조사 위원회' 설치에 관한 대략 여야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나왔다. 300일이 넘은 지금에서야 진상조사 위원회 인원과 예산 정도만 합의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빨리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조사위원회가 작동하려면 사건이 터진 4월 16일을 넘길 전망이라고 한다.

 

이들은 그래서 자꾸 세월호를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아먄' 하는 어떤 것으로 말이다.

 

눈먼 자들에는 또다른 뜻이 있다. 바로 국민들이 눈멀었다는 뜻. 우리는 늘 속으면서도 그놈이 그놈이지, 아니 이번에는 좀 다르겠지 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 정치권을 선택하곤 한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말에 혹해서 다시 눈이 먼다. '이번에는' 하고 투표를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가 된다.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눈먼 국민들은 눈먼 정치인을 양산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도 눈 멀고, 정치인도, 경제인도 눈 멀면, '사고'는 언제나 '사건'이 되고 만다.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위에 있는 자들이 눈 멀었다고 해도, 국민들이 눈을 뜨고 있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가 '눈 멀고 있었음'을 알려준 '사건'이다. 눈을 떠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세월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눈물겹도록, 가슴 시리도록, 그렇게...

 

이제 눈 떠야 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시간의 흐름에 '사건'을 '사고'로 바꾸고,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눈먼 자들의 행동을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아니, 눈먼 자들을 이끌어야 한다. 제대로 그들이 갈 수 있도록.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도 아팠던, 그래도 눈 뜨기 위해서, 눈이 멀지 않기 위해서 읽어야만 했던 책...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잡게 한 책.

 

이렇게 기록으로, 행동으로 남겨야 한다. '진실'을 찾기 위해, '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

 

'사건'의 '기억'을 위해 '진실'을 촉구하기 위해 글을 써준 12명의 작가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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