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제목을 보자마자 한 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걱정인형"들이 생각났다.

 

'걱정은 저희에게 맡겨두세요.'하던 그 인형. 내 걱정을 인형에게 맡기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그런 광고.

 

무슨 보험회사 광고였는데,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게 어느 한 순간 뚝 떨어진 생각이 아니었음을, 걱정을 다른 존재에 맡기고 자신이 할 일을 하는 풍습이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주에서 발간된 소설이다.

 

줄리엣이라는 소녀가 자신이 방을 얻게 되고, 그 방에서 오래 전부터 있었던 걱정나무를 발견하고, 할머니에게서 그 유래를 듣고 자신의 걱정을 걱정나무에게 맡겨두면서 지내게 되는 이야기.

 

걱정나무에게 걱정을 맡겨두고, 그 걱정을 다시 찾아 걱정의 무게에 짓눌려 지내게 될까? 아니다. 걱정을 맡겨두었다는 것은 그 걱정에 자신이 짓눌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걱정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얘기다. 걱정과 한 몸이 되지 않고 걱정을 멀찍하게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 그것이 바로 걱정나무가 하는 역할이다.

 

자, 네 걱정이 바로 여기에 있어. 잘 봐. 별거 아니지. 별거 아니야. 하는 것.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미칠 것 같은, 죽을 것 같은 고민도 털어놓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그 고민의 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별거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고민을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걱정나무가 하는 역할이다. 이 책에서는 걱정나무에 각 동물들이 앉아 있다. 그 동물들은 여러 고민을 나누어 맡는다. 딱히 무어라 정리할 수 없는 고민은 나무 구멍에 맡기면 된다.

 

줄리엣은 걱정나무를 통하여 자신이 지니고 있는 고민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 세상 모든 문제를 내가 다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었구나.'

 

모든 문제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던 줄리엣이 이런 점을 깨달아가면서 이제는 자신의 문제에서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

 

소설이 맨 마지막에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휴'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줄리엣이 이제는 당당한 주체로 섰다는 말이 된다.

 

수많은 걱정이 난무하는 시대... 단지 줄리엣같이 자라나는 청소년,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나만의 걱정나무, 걱정인형을 지니고 걱정을 맡겨두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또 어른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이런 걱정나무들을 하나씩 선물하면 어떨까? 아이 방 벽지에 나무 하나 잘 그려넣으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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