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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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불편하다. 자기 멋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권은 '나'가 아니라 '남'에서 출반한다. 즉 나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인권은 참으로 불편하다. 인권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도 불편하다.

 

반대도 있다. 인권은 '나'를 중심에 놓기도 한다. 즉, '나'와 남이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남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인권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도 불편하다. 남의 권리와 나의 권리를 비교해야 하고,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권의식이 부쩍 높아진 요즘이다. 그래서 인권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나왔고, 인권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인권 교육도 필수가 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인권센터도 생기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해결되지 않은 인권 문제가 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성소수자에 관한 인권에 대해서는 참으로 완고하다.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인권 관련 사업에서도 성소수자 문제로 인해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성소수자와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사형제도, 그리고 피의자의 신상공개 등등은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다.

 

여기서 논쟁이 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을 보면 이는 논쟁이 아니라 그냥 감정에 치우친 주장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논리를 앞세우는 논쟁에서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즉, 제대로 된 전제, 근거를 들지 않고 곧장 주장으로 갔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오류라는 것이다.

 

논리적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여러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할 뿐이다.

 

이 책은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의 후속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해서 의뢰한 책이기 때문이다.

 

김두식의 책이 영화를 중심으로 인권을 풀어갔다면, 이 책은 논리를 중심으로 인권을 풀어갔다고 하면 된다.

 

따라서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지만 자연스레 논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즉 인권을 감정 싸움이 아닌 논리 싸움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문명화된 사회라면 감정에 치우친 논쟁이 아닌 논리를 내세운 논쟁을 해야하고, 논리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비폭력적인 방법이기에 우리는 논리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그런 논리를 인권과 연관시켜 책을 풀어가고 있기에 이 책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더불어 논리력도 향상시키고.

 

많은 논리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자칫 빠지기 쉬운 논리의 함정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논증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감정에의 호소 논증, 놀리 일탈의 오류, 논점 회피의 오류, 대중에의 호소 논증, 무지에의 호소 오류,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오류), 불충분한 통계의 오류(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자연주의의 오류, 정통에의 호소 논증,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한통속으로 몰아가기의 오류 등등

 

이런 논증 방식들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권 문제들을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룬 인권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사생활 침해, 사상, 표현의 자유, 학생 인권, 양심적 병역 거부, 여성차별, 동성애, 지역,인종 차별, 학력 차별, 장애인 차별, 피의자 인권, 사형제, 동물권

 

아직도 논쟁 중이기도 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 이 중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갈등 중인 문제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사상의 자유(국가보안법이 떡 버티고 있다), 동성애(성소수자) 문제, 사형제,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논쟁 중이라기 보다는 갈등 중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힘있는 편이 이 문제에 대해서 인권 침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없다.

 

결국 인권은 불편하지 않으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무언가가 불편해야 하는데, 이는 남을 중심에 놓고 보아야 한다. 나와 남을 동등한 시선으로 볼 때 인권 의식이 싹튼다. 특히 강자에 속하는 사람들, 집단들은 자신들이 아니, 약자에 속한 사람들, 집단의 시선으로 사회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불편함을 인식해야만 인권이 실현될 수 있다. 지금 내가 불편하지 않다고, 내게는 지금이 더 편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단 한 사람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일 것이다.

 

그래서 불편하면 따져봐가 아니라 내 불편함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편함도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 그것이 바로 인권의 출발점일테니...

 

덧글

 

이 책의 106쪽 '애매어의 오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타고 다니는 '말'과 입으로 하는 '말'은 내용상 서로 관련이 없고 우연히 소리가 같을 뿐이므로 동음이의어이지만, '다리'의 경우는 사람의 다리에서 강에 있는 다리로 확장되었으므로 다의어입니다.'

 

아니다. '말'이 동음이의어인 것은 맞는 말이고, 이 책에 나온 '다리'는 다의어가 아니라 동음이의어이다. '다리'가 다의어가 되려면 사람의 다리와 책상이나 의자의 다리를 예로 들어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사람의 다리와 강의 다리는 동음이의어이고, 사람의 다리와 책상, 의자 다리는 다의어이다. 이건 바로 잡아야 한다. 적어도 이 책이 논리를 가르치는 책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용어는 정확하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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