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일 교수, 詩에게 과학을 묻다 - 아름다운 시의 세계에서 건져올린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진정일 지음 / 궁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시와 과학에 관해 읽은 세 번째 책.

 

그렇게 눈에 띠지 않던 책들이 이상하게 한꺼번에 다가오기도 한다.

 

시와 과학에 관한 책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한 이십여 년 전에 "시인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끝까지 읽지 못하고, 책꽂이 한 켠에 얌전히 꽂혀 있지만 말이다.

 

시인들은 과학하고 워낙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쉬우니, 그런 시인들에게 과학, 특히 물리학을 쉽게 설명해 준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 시인이나 물리학자나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고, 서로의 지식을, 감성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책이 나오지 않았나 추측을 할 뿐이었다.

 

그러다 하도 통섭, 통합, 융합 하고 있으니, 이런 종류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

 

시를 읽으며 시 속에 푹 빠져 그 속에서 나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를 거리를 두고 보면서, 시에서 어떤 과학적 사실들을 찾아내고 설명해내는 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책을 읽으니 시와 과학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을 알 수 있고, "과학실에서 읽은시"라는 책들이 시인이 과학과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한 책이라면, 이 책은 그런 시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화학자인 저자가 시를 읽으며 시 속에 나타나 있는 과학 용어들을 찾고, 그 용어들에서 과학적 설명을 해놓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그러니 시인이 이렇게 과학을 표현했다가 아니라, 시에 표현된 시어에서 과학 용어를 찾고, 그 과학용어를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서술을 하고 있다.

 

과학자라서, 특히 화학자라서 화학분자식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과학적이라는 생각, 시도 읽고 과학 지식도 얻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마음을 가장 함축된 언어로 표현한 문학 작품이 '시'라면, 자연이 법칙을 담고 있는 가장 짧은 단어들이 '과학 술어'다. 그러기에 이들은 오히려 짙은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시에게 고학을 묻다'라고 하기보다 '과학에게 시를 묻다'고 바꾸면 어떨까라는 질문도 던져본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시와 과학은 '창조'로 통한다. 그러기에 시 속에서 과학을 캐려는 어떤 시도가 독자들의 상상력과 독창성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저자의 말에서 6-7쪽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주의 비밀, 사랑과 인생의 아름다움, 자연의 신비다. 그리고 많은 시들이 등장하고, 그 시들에서 발견하는 '과학 술어'. -이 말이 좀 어렵게 다가오니 과학 용어라고 하자- 를 찾고, 그 과학 용어를 중심으로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가령 시에 '원소'라는 말이 나오면 원소에 관해서 과학적 지식을 이야기하고, '태양'이 나오면 태양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를 한다. 또 '석유'라는 말이 나오면 석유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적 사례들을 이야기해주고, 비단, 거미줄, 나무 등과 같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시어들을 가지고 여러 과학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래서 과학과 시의 융합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어쩌면 시를 통해서 과학으로 지식을 확장해 나감을 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를 통해서 감성을 충분히 자극했으니, 이제 시를 통해서 이성도 자극해 보자 하는 듯하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반대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과학적 사실이나 발견을 시로 표현하는 것.

 

세상은 늘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으니, 또 여러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이 더 좋으니, 시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과학을 시로 표현하는 작업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덧글

 

좀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들이 '전문'이 실려 있지 않은 시들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또한 이 시들이 출처도 나와 있지 않고. 물론 분량 문제가 있겠지만, 적어도 시를 뒤에 부록으로라도 모두 실어주고 출처를 밝혀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