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스님 초기경전 강의 - 한국 불자들의 공부 갈증을 채워주는 새로운 경전 읽기
미산 스님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불교.

 

종교로 생각해도 좋고, 철학으로 생각해도 좋다.

 

어떻게든 불교의 본질에만 들어간다면 그것이 바로 부처가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다닐 때 불교를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로 나눈다고 배웠는데,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승불교 쪽이 강하다고 그렇게 배웠는데, 굳이 불교를 대승과 소승으로 나눈 이유가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느냐, 대중의 해탈을 중시하느냐라고 배운 기억이 있는데...

 

과연 그러한가? 개인의 해탈과 대중의 해탈이 다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십우도, 또는 심우도를 보아도 개인의 해탈이 이루어진 뒤에는 반드시 다시 저잣거리로 나서지 않는가. 결국 해탈은 개인과 대중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불교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석가모니 당시의 언어였던 빨리어를 공부하고, 산스크리트어도 알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초기 경전을 공부한 미산 스님이 대중들에게 초기경전에 대해서 쉽게 강의한 내용을 펴낸 책이다.

 

미산 스님이 학승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한 분이라는 것을 이 책의 첫부분에 스님 소개글에서 알 수 있는데, 학승과 선승을 나누는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스님의 자기 소개글을 읽고 알았으니, 공부와 참선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이 바로 불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8만대장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엄청나게 많은 경전이 있는데, 이를 초기 경전과 후기 경전(?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으로 나누는데, 이를 소승경전과 대승경전으로 나누면 안된다는 사실은 이 책에서 미산 스님이 잘 말해주고 있으니, 부처 당시의 언어, 그것도 생생한 구어로써의 언어로 기록한 빨리어 중심의 경전을 초기 경전이라고 하면...

 

초기 경전에는 부처의 사상이 생생하게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경전을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삼장이라고 하면 경장과 율장과 논장을 합쳐 삼장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초기 경전에서 경장에 해당하는 것만 이야기하면, '디가 니까야, 맛지마 니까야, 상윳따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 꿋다까 니까야'러 다섯 부류로 구분한다고 한다. (50-52쪽 참조)

 

빨리어로 기록된 경전 이름이 이것이고, 이 경전들이 우리말로도 이미 번역이 되어 있으니, 우리도 우리 언어로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자어로 번역된 경전으로는 '아함경'이 있다고 한다. 즉 빨리어 경전과 아함경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하여 서로가 서로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런 경전 설명에 이어, 초기 경전에서 이야기하는 중심 내용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 불교 교리에 대한, 이론에 대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한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불교의 교리를 몇 마디로 응축하라면(이것은 좀 위험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지혜와 자비'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에서 겪게 되는 일들에 대한 지혜와 그럼으로써 함께 사는 존재들에 대한 자비,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깨달음과 행함'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내가 나 혼자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지금의 나는 수많은 연들이 모여 이루어졌음을 아는 일, 그래서 선한 연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깨달음, 이러한 선한 연은 자비로써 이루어질 수 있음을, 초기 경전 강의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험할수록 더욱 자비가 필요하고, 자비가 필요한 세상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 쪽 책에 마음이 가고 있는 이유가 세상이 하도 험악해서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의 인(因)과 연(緣), 그리고 과(果)를 생각한다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불교의 이 인연과는 현대 과학과도 통하는 면이 많으니, 오래 전의 종교이론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인연과에 대한 불교의 이론이고, 또 이것이 사람들이 바른 살을 살도록 해주는 이론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 경전에 대한 이야기라서 어렵다고, 또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할 수 있는 책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종교를 떠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고, 많은 공부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스님답게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