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 기본소득 총서 3
강남훈.권정임 외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기본소득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는 잠잠해졌다. 실제로 잠잠해진 것인지, 아니면 언론에서 무시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데, 복지정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언론을 통해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없으니...

 

무상급식 문제가 불거지고,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느니 마느니 각 지방의회에서 말들이 많은데, 무상이 아니라 '의무'라는 말로 바꾸자고 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은 무상 중의 무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국민에게 어떤 조건도 걸지 않고 균등하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가 기본소득이니,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문제에도 두 팔 걷고 덤비는 사람들에겐 기본소득이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때문인지 언론들은 기본소득은 다루지지도 않는다. 현실의 문제만을 조금씩 다루고 있을 뿐인데, 복지정책에 관해서 앞서 가는 의제를 만들어내는 언론을 보기 힘든 현실에서 기본소득은 충분히 논의가 되어야 하지만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러한 기본소득에 대해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논의되거나 실험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에서 이루어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하여, 복지국가라고 하는 핀란드, 독일, 그리고 지금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페인-카탈루냐,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뉴질랜드, 아일랜드를 거쳐 아프리카에 있는 한 도시에서 기본소득을 직접 시행한 나미비아, 그리고 헌법에 기본소득 조항을 명시한 브라질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논의가 한창이고, 기본소득 이론을 구체화시켜가고 있다. 이것은 기본소득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얘기라고 받아들여도 된다.

 

함께 삶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기본소득'에 대해서 간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마음 속에 개운치 않은 점이 남아 있다. 왜 이렇게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에 대해서 논의를 했고, 어떤 도시에서는 시행도 했고, 헌법에 기본소득을 명시하기도 했는데 왜 아직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가?

 

기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그렇게 좋다고 하는, 또 단순하고 명쾌한 이 기본소득 정책이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경제가 호황을 이루었을 때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쏙 들어갔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본소득 논의가 재점화되는 모습이 이 책에 나타난 세계 여러나라의 모습이었는데, 그럼에도 논의는 활발했으나 실행을 되지 못하는 현실을 이 책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에 대해서 알리고, 실현가능성을 주장하는 책이지만 이상하게 읽으면서 기본소득이 실현되기가 참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재난 유토피아'라고 모두가 힘들어질 때 그 때 함께 살아감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

 

그렇다면 지나친 경제적 풍요는 기본소득 논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함께 어려워지자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출발점이 바로 여기다. 기본소득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노동을 신성시하는, 노동을 꼭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 존재 자체가 바로 '일'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함께 삶 자체가 바로 일이고, 그러기 때문에 그 사람은 존재 자체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으니, 그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이 되면 기본소득은 충분히 시행이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전제된다면 그때부터는 어떻게 하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들에서도 자주 나오는데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의 세금에서 많이 올리지 않더라도 가능하다는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세금이 투명하지 않은, 고액 탈루자가 너무도 많은, 종교인들에게 과세를 하지 않는, 상위 소득자의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소득의 재원은 사실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그리 걱정할 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본소득을 추진할 정당이 있어야 하고, 그 정당이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또 정당으로 하여금 기본소득을 추진하게 강제할 시민들이 존재해야 하는데...

 

무언가 찜찜한 마음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좋은 기본소득이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기본소득은 분명 가능하다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책이다.

 

이제는 무상급식이나 뭐니 이런 논의를 떠나 좀더 발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우리나라도 이 책의 사례들처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으니, 서로 함께 살 수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고민하고, 논의해 봐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