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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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신윤복을 여성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바람의 화원"이라는 작품이 큰 역할을 했는데... 그 작품에서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또 영화로도 만들어져 신윤복이 진짜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미술 전문가들에 의하면 신윤복은 남자임이 틀림없다고 하니, "바람의 화원"은 팩션이라고 하기에는 처음 시작에 문제가 있다 하겠다.

 

그러나 분명 팩션임에는 틀림없다. 신윤복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이 없으니, 그에 대하여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사실과 상상을 조합한 작품으로 인기를 누렸으니... 그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주로 그의 작품이 중심이 되는 팩션인데...

 

어쩌면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이라는 이 책이 먼저 나오고, 신윤복에 관한 책이 나중에 나왔으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으나 순서가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자료가 많은 김홍도에 대해서 쓴 팩션이 나중에 나오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사실이 잘 알려진 사람에 대해서 소설로 만들어내기는 참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상이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 책은 팩션이다. 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단순히 역사소설로 보기보다는 김홍도와 그의 그림에 대해서 더 잘 알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쓴 팩션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그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외국 사람들이 쓴 그림 속의 인물이 말한다든지, 또 화가가 말하는 식으로 쓴 책을 읽었는데...

 

이 작품은 미술관에 간 한 학생이 상상 곳으로 들어가 단원을 만나고, 그와 3년을 함께 하면서 단원의 그림이 창작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알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던 여학생이 단원의 그림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순간 이동을 해서 과거로 들어가 단원과 함께 하다 돌아온다는 발상.

 

단순한 발상이지만, 단원의 그림들을 전문가스럽게 설명하려 하지 않고,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미술책보다도 더 단원의 그림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본다.

 

또 저잣거리(요즘으로 말하면 시장통이라고 해야 할텐데...)에서 만난 단원이라는 제목 때문에 단원의 풍속화만 다루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 점을 넘어서 단원의 작품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따라서 단원의 풍속화가 모두 나오지는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풍속화에다가 그의 진경산수화(특히 금강산 그림)가 나오고, 또 문인화라고 할 수 있는 그림들도 나와서 책을 읽어가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단원의 그림들을 죽 나열해 놓고, 그 그림들과 연관되게 이야기를 만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과감한 생략들이 이루어져서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말년에 단원이 어떻게 되었는지, 언제 어디에서 세상을 떴는지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를 그의 그림 '염불서승도'를 배치해서 그가 선인(仙人)으로 돌아갔다고 정리하고 있는 점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단원의 일생을 연결짓고, 그것을 하나의 줄거리로 꿰어 서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사실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려 했으며, 그림에 대해서도 알게 해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가 어쩌면 단원이 살았던 시대, 한창 개혁이 이루어지려다 꺾여버린 그 시대가 지금 시대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다면 단원과 같이 좌절하는, 단원은 재능을 꽃 피웠지만, 단원과 달리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예술가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그러면서도, 예술은 시대가 아무리 험난해도 제 길을 가는 것, 연꽃과도 같은 존재가 예술이니, 우리를 위로해주고, 우리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예술이 할 수 있기를...

 

이 책에서는 그것을 인간의 진화라고 했는데... 예술이 그 역할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단원 김홍도. 그가 남긴 예술을 현재의 여학생이 과거로 들어가 단원과 함께 하면서 그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는 발상, 그러한 팩션... 재미와 지식을 함께 살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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