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보는 세계 명화 - 스테파노 추피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스테파노 추피 지음, 고종희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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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그림의 목소리"라는 책과 발상이 비슷하다. 다만 "그림의 목소리"는 시인이 감상자의 자리에서 그림에 대해서 감정이입을 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 책은 미술사가가 그림에 대해서 좀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서 썼다는 차이가 있다.

 

글쓴이는 말한다.

 

"걸작은 환상에 불을 지피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꿈,환영, 비밀,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지요.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느낀 감동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하고, 작품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읽어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정된 하나의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쓴이의 말에서)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리라. 작품에 대해서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공유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 그리고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것.

 

미술이 그냥 외부의 존재로만 있지 않고 사람들의 내부로 들어와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이야기로 다시 존재하게 되게 하기 위한 책. 그런 책을 쓰는 미술사가.

 

시인이 그림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할 때도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하게 하되, 어느 정도는 상상력이 가미되었다고 한다면, 이 책 역시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림을 이야기로 번역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 하나의 단편소설로 전환이 된 결과가 이 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나아가면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내용을 머리 속에서 그리게 된다면 이 책은 하나하나의 단막극이 되기도 한다.

 

단편소설이나 단막극에서 상상력이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으나 그것은 엄연히 사실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마치 역사소설이 상상력이 들어갔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듯이.

 

그래서 글쓴이는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 소설을 읽는 느낌을 가지겠지만, 내용들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따라서 그림에 대한 지식, 그 그림에 얽힌 이야기, 화가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이 책의 내용 전부가 나만의 이야기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일부이거나 전부가 기록,기억, 저술, 그리고 작가와 당대인의 증언들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입니다. 따라서 각 상황과 장면, 그리고 환경은 가장 신뢰할 만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글쓴이의 말에서)

 

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작가노트"라는 항목이 있어서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해주고 있어서 미술책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런 편제도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작가와 작품 목록을 보자. 아마 너무도 유명해서 많이 본 그림들도 있을테지만, 그 그림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펼쳐가기에 안다고 해서 읽는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는다.

 

조토 디 본도네, 스크로베니 예배당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안드레아 만테냐, 곤치가 가문             산드로 보티첼리, 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조르조네, 세 철학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아담의 창조        라파엘로 산치오, 시스티나의 성모

티치아노 베첼리오, 페사로의 제단화        피터르 브뤼헐, 눈 속의 사냥꾼들

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소명               렘브란트 반 린, 야간 순찰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얀 베르메르, 사랑의 편지

프란시스코 고야, 돈 루이스 왕자 가족      윌리엄 터너, 비, 증기 그리고 속도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에드가 드가, 오페라 극장의 발레 수업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파블로 피카소, 곡예사 가족

바실리 칸딘스키, 붉은 얼룩이 있는 그림

 

이런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미술책을 쓰는데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 물론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경우는 많았지만, 작품 내에 들어가거나 화가가 되어서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

 

벌써 이런 책을 두 권째 읽었다. 서양에서는 이런 일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내가 받은 미술교육에서는 작품을 두고 작품의 인물이나 화가가 되어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하는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데...

 

요즘 학생들은 받으려나? 적어도 이 책의 글쓴이가 말한 "진실"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그림을 앞에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그림에 대해 말하고, 그림을 통해 자신을 말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이 필요할텐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런 미술 교육이 "점수"로 "측정"될 수 있을까? 점수로 측정되지 않아도 이런 미술 교육이 정말 필요한 것 아닐까.

 

그래야 작품을 보고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게 될텐데... 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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