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상처 - 학습 부진의 심리학 : 배움의 본능 되살리기, 개정판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누구나를 막론하고 공부에 대한 상처가 있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 대로,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 대로 제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오죽하면 학업성취는 높으나 학업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상태를 유지하겠는가. 그런데도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놓고 옴짝달짝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스스로 교육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최소한 12년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조금 낫다. 이들은 인정이라도 받고 지내니 말이다. 이와 반대로 공부 못하는 아이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다.

 

여기저기서 야단이나 맞고 잔소리나 듣고, 어떤 말을 해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듣고, 이들은 그래서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닌, 안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지니게 된다.

 

속으로는 자신이 없으면서도, 공부를 하고 싶으면서도 드러난 성적에 대해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일부러 "공부 안 해!", "공부 왜 해?"라고 하면서 멀리 달아나려 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 대해서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공부 못하기를 바라는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뜻대로 안되고, 공부를 해도 해도 이상하게 제자리 걸음을 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아이들이 많지 않은가.

 

또 출발선부터 다른 아이들이 많지 않은가. 이 책 207쪽을 보면 가정 환경에 의해서 공부에 차이를 지닐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가정에서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습에서 어떻게 돌봄을 받겠는가. 이들은 지능을 떠나서 이미 환경에서 불평등을 경험하고 학교에 오게 된다.

 

학교는 이러한 불평등을 고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들 역시 어느 정도 경제적 우위에 있는 가정에 속해 있는 아이들에게 유리하지 않은가.

 

이런 점을 두루 살피면 공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의 가정 환경은 우선 좋지 않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학습에서 뒤떨어지게 된다. 한 번 뒤떨어진 학습 능력을 있는 집 아이들은 어떻게든 만회할 수가 있는데, 없는 집 아이들은 만회할 방법이 없다.

 

이들은 계속 학습 부진의 상태를 쌓아간다. 점점 더 쌓여가는 학습 부진. 그런 학습 부진이 이 아이들에게는 상처로 남아 더 이상 공부의 세계에 다가가지 않으려 한다. 도대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제대로 학습 부진에서 탈출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해진 교과 시간, 교과 시험, 많은 학생들, 부족한 시간 등등이 이 아이들이 제자리 걸음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이 점에서 아이들에게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부 상처를 지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려고 쓴 책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당연한 이야기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공부 상처를 준 것이니, 우리는 다시 당연한 방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떨 때는 답이 가까운 데 있고, 너무도 상식적인 것에 있을 때도 많은데, 아마도 공부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공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으니, 아이의 특성에 맞게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왜 공부를 하지 않으려 하는가 부터 파악을 하고, 아이의 성향이 어떤가 알아간 다음에, 아이에게 작은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선정하게 해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고, 그 다음에 이어서 계속 공부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

 

무엇보다 아이와 신뢰관계를 쌓아야 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이것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아이들이 공부로부터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일일텐데, 더 나아가서는 공부가 성적과 다르다는 점, 지금은 성적이 좋지 않을지 몰라도, 무언가를 끝까지 해냈다는 것 자체가 큰 공부라는 점을 아이들이 알게 해주는 일,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상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상처를 치유할 사람들은 결국 상처를 준 어른들이지 않을까? 결자해지라고, 묶은 자들이 풀어야 한다.

 

해결책은 아이들이 지니고 있지 않다. 어른들이 쥐고 있다. 그 어른들이 외면하고 있을수록 아이들의 공부상처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 책은 학교에서 학습과 관련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공부상처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방법과 더불어, 정말로 성적과 공부를 혼동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도록 우리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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