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 이주헌의 행복한 미술 산책 명화 속 이야기 1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명화"라고 하면 우리는 미켈란젤로의 그림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아니면 반 고흐의 그림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명화"은 우리네 삶과는 거리가 먼, 미술 시간에나 배운, 미술관이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여기고 만다.

 

그냥 하나의 지식으로만 머물로 마는 "명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책에서 한 번 보았다거나,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가끔 뉴스에서 얼마나 팔렸다거나 하는 소리만을 듣고 넘어가고 만 경우가 태반이다.

 

"명화"라는 말이 주는 느낌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의 제목도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이니, 명화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들이 적용이 된다면 그냥 또 하나의 지식으로만 멈추고 만 책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명화"에 대해서 다르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명화"가 아니라, 바로 내게 말을 걸어주는, 내가 말을 할 수 있는 그림, 그것이 바로 "명화"라고.

 

'좋은 예술은 무엇보다 사람이 귀한 줄 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이 이야기를 들어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좋은 예술 작품은 겸손히 다가간다. 그리고 같이 대화를 나누자고 권유한다. 그렇게 세상의 많은 영혼과 대화할 능력을 지닌 예술 작품, 그것이 바로 걸작이고 명화이다.' 6쪽.

 

이런 작품이 "명화"라고 할 수 있기에,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아주 유명한 작품도 간혹 있지만, 처음 보는 작품들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이 그림들을 "명화"라고 하는 이유는 이 작품들이 지은이에게 말을 걸었고, 또 우리에게도 말을 걸어 주고, 우리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작품들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 주는 '명화'들이다.'(7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작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작품들부터다.

 

낯설지만 기교가 느껴진다기보다는 그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지는 작품들이다. 끝부분은 우리나라 최근의 작품으로 맺고 있는데, "명화"가 오래 된 것이 아닌, 지금-여기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내 맘을 위로하고, 내 말을 들어주는 작품이면 되기 때문에 시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지은이의 믿음이 담겨 있는 편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꼈는데,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며 지식으로 건진 내용이 하나 있었으니...

 

그림과 대화를 나누는데 어쩌면 지식이 필요할 때도 많으니, 그런 지식은 대화가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땅의 붓으로 그린 하늘"이라는 장에서 '교회를 지켜온 거룩한 네 기둥' 부분에서 베네치아(베니스)에 관한 부분.

 

왜 베니스 영화제나 베니스 비엔날레의 최우수상이 '황금 사자상'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베니스의 수호 성인이 '마가'이고, 이 마가의 상징이 '사자'라는 사실. 그리고 베니스에는 마가의 유해가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누가의 상징은 황소, 마태의 상징은 사람, 요한의 상징은 독수리라는 지식을 얻게 된 것.

 

성화를 보는데 이런 상징들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그림들과 대화를 하는데 한결 수월할테니, 이것이 이 책을 읽은 수확 가운데 하나라면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지식에 대한 수확보다는 미술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 더 큰 수확이겠지만, 미술을 우리네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네 삶이 미술임을 생각하게 해준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큰 수확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제가 말하는 미술은 꼭 회화나 조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넓은 의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든 인간적 노력이 다 미술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세상에 미술과 무관하게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미술을 잘 모른다니요?

...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고 즐기며 구현해야 합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우리의 시간과 땀과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미술가이고 예술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하나의 훌륭한,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 275쪽

 

그렇다. 아름다움은 바로 우리의 삶에 있다. 죽음은 이러한 아름다움조차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라짐, 그래서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음이 바로 죽음이다. 이 죽음의 순간, 순교의 순간까지는 아름다움이 되겠지만...

 

그러니 살아있음, 이 자체가 얼마나 큰 아름다움인가? 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태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미술에 대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자신을 보라. 우리 자신이 바로 "명화'임을,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명화"임을 알아볼 수 있는 눈. 그것이 바로 "미술의 눈" 아니겠는가.

 

덧글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

 

우리나라가 한 때 지역도서관 짓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이제는 웬만한 지역이면 도서관이 작지만 그래도 하나씩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도서관을 책하고만 관련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역 미술가들, 예술가들을 위해 도서관의 한 관을 전시회나 연주회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이미 하고 있는 곳도 있겠지만, 많이 확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역 도서관에서 자주 미술이나 음악을 접하고, 그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을 수 있다면 "예술"이 바로 우리 삶임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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