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예찬 열화당 미술책방 1
지오 폰티 지음, 김원 옮김 / 열화당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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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인데,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지오 폰티라는 건축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책을 고를 때 제목만 보고 골랐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읽기 위해서 펼쳐본 순간, 건축 이론서라기보다는 건축에 관한 짧은 글들의 모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읽으면서 그 짧은 글들의 모음이 시적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건축은 건설과 다르고 토목과는 엄청나게 다름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작가는 건축은 예술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술은 추상성을 바탕으로 하며 영원성을 지향한다고 한다.

 

좋은 건축은 영원히 우리에게 남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하는데... 건축가는 적어도 건축에서 영원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영원성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건축을 예술로 대하는 것이다.

 

또한 건축은 서정시라고 한다. 참 엉뚱한 소리 같은데... 건축은 웅장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건축이 서정시라니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건축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활기있게 해준다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니, 건축이야말로 서정시가 되지 않으면 안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적인 표현도 많고 생각할 수 있는 표현도 많다. 하나하나가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데... 건축은 그야말로 정치적임을, 그래서 제대로 된 정치가는 건축에 신경을 써야만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에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실 건축에는 누구나 다 관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특히 더 중요한 사람들...

 

건축과 다른 분야의 것들

 

사회학자는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주택에 관하여, 산부인과 병원에 관하여, 학교에 관하여, 그리고 극장이나 사무실에 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사는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산부인과 병원, 학교, 캠프, 실험실, 종합병원에 관하여,. 그리고 요양소와 가정의 관계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농학자들은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농가에 대하여, 동물과 농기구를 위한 완벽한 축사와 창고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산업계의 지도자들은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건축은 작업을, 능률을, 노동자의 생활을 지배한다. 그것은 산업의 가치와 사회에 있어서 그 위치를 반영한다.

 

기술자들은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정치가도 반드시 건축에 고나하여 생각해야 한다. 도시는 건축이다.

 

누구나 건축에 관하여 생각을 해야 하며, 의무감을 느껴야 하며, 협조를 해야 하며, 건축에 참여해야 한다. 26쪽

 

여기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계속해서 나오는데, 교육자는 누구보다도 건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교육자나 건축가는 모두 미래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현재에 실현하는 일,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일, 그것이 바로 교육자와 건축가의 일이기 때문이다.

 

책의 끄트머리에 있는 글을 보자.

 

몇 가지 변명

- 네 가지 최고의 직업: 성직자, 교육자, 의사, 건축가

 

  교육자, 의자 그리고 건축가는 성직자와 더불어 그의 생활이 실제적이며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간을 형성하고 인간에 대해 예언한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간을 구제한다.

 

  부연 : 의사와 성직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다. 그들은 영원한 실체로서, 병든 실체로서 혹은 생리학적이고 도덕적 실체인 인간을 -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불쌍한 인간들을 - 사랑한다. 그들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증인들이다. 교육자는 인간에 대해, 인간의 미래에 대해 믿음을 갖는다. 그리고 건축가는, 인간이 살고 행동해 나갈 인간 미래의 문명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그들은, 초월적 실체로서, 앞으로 형성할 수 있는 실체로서 인간을 사랑한다. 그들은 미래의 인간을 사랑한다. (물론 훌륭한 교육자와 건축가 들만이)

 

  비정치적 정치형태는 교육자들, 예술가들, 건축가들의 것이다. 그 정치형태란, 타인을 위해,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 건설하는 것이며, 가정생활에 반영시켜 봄으로써 생활 전체에서 소중한 것들을 간직해 나가는 것이며, 예술로써 문명과 명예 그리고 인간의 도덕적, 지적 독자성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다. 261-261쪽

 

'건축은 수정이다','발코니는 범선이다'는 말과 같이 시적인 표현들이 도처에 나오고 있다. 이게 정말 건축이구나. 건축가는 이런 사람이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한 번 읽고 던져두기 보다는 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토목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정말로 이런 건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은 사적이어서는 안된다. 건축은 공공이어야 한다. 또한 건축은 토목이어서는 안된다. 건축은 예술이어야 한다.

 

하여 건축은 한 편의 서정시여야 한다. 정말로 좋은 건축은 건축물 하나하나가 다 서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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