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 그 집이 내게 들려준 희로애락 건축 이야기
구본준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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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고, 전문가들만이 하는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고만 있었는데, 건축에 마음이 담겨 있다는, 좋은 건축은 이야기가 있다는,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이 건축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만의 집, 나만의 공간을 갖기가 힘들어진 지금. 남들이 지어준 집에 얹혀 살기만 하는 지금 시대에, 그래도 자신만의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고, 집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어떤 이는 황토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통나무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돌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건축가와 협조하여 자신이 원하는 건물을 짓고, 공공건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건축, 멀고도 먼 남의 이야기라고만 여기다가 최근에 부쩍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은 내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건축을 이왕이면 좀 잘 알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건축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책보다는 쉽게 잘 설명해주는 책이 내게 훨씬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 책이다.

 

우선 건축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좋았다. 그 건축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며, 그 건축에 대해서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처음에 이 책이 시작되는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잃은 슬픔을 공공도서관을 건립하여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승화시킨 아버지의 사랑과 그를 주변의 환경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낸 건축가의 이야기는 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 기쁨을 두 배로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의 곳곳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에 실시했던 기적의 도서관. 그 도서관이 아이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우리나라 도서관의 구조를 바꾸는데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를 말해주고도 있다.

 

희노애락으로 4부로 구성해서 건축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건축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건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단지 건축미학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건축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어떤 것이 진짜 훌륭한 건축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자랑할 수 있는 좋고 멋진 건물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획일적이고 위압적인 건축만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우리나라 건축은 멀었다고, 가능성이 없다고 한탄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건축에 관한 책을 읽으며 건축에서는 더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단일 건축에서는 빼기를 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외하면서 건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더하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건축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그것을 부각시켜 그것을 없애는 운동을 하기보다는, 좋은 건축을 찾고 그 건축을 자꾸 홍보하여 그러한 건축물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건축이 있다. 이 건축은 이래서 좋다. 이 건축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런 좋은 면들이 자꾸 퍼져나간다면 자연스레 좋은 건축들이 늘어날 것이고, 좋은 건축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니 우리나라 건축이 자연스레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 

 

여기에 나도 나만의 집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 이것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님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으니. 비록 이 책에서 말하는 학자는 안되겠지만, 평민도 자신 스스로 집을 지었다고 하니, 그런 기회를 나도 갖도록 해야겠다는 소망을 지니게 되었다.

 

그 집은 내 마음을 품은 집이 되겠지.

 

집짓기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건축은 건축가나 시공자만이 하는 일로 여긴다. 건축이 전문 영역으로 완전히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가 살 집은 자기가 설계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양반은 자기 집을 직접 몸을 놀려 짓지 않았을 뿐 자기 생각과 생활에 맞는 집을 직접 구상했고, 평민들도 자기 살림에 맞게 자기 집을 설계했다. 양반과 달리 직접 짓기까지 했다.

 

  곧 조선 시대 가장 뛰어난 건축가는 목수가 아니라 학자들이었다. 특히 대학자일수록 뛰어난 건축가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은 자기 집을 여러 번 지었던 건축광이었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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