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과 패턴 -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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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석할 수는 있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

 

물론 예측은 가능하다. 예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능력 가운데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이라는 말 대신에 예측이라고 하면, 미래의 일을 미리 알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여 예측은 현실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이렇게 예측해서 맞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세상일은 일어난 다음에 원인 규명을 하고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일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일은 예측불가능하니까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나중에 해석만 하면 된다고 하면 큰일이 난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냥 그냥 살다가 일이 일어나면 그때 그때 해석만 한다면 짐승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인간만이 지닌 특성을 잃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틀릴 줄 알면서도 예측을 한다.

 

세상을 좀더 인간의 눈으로 파악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눈으로 파악이 된 세상은 좀더 단순하고 인간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

 

비록 끊임없이 예측이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일어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해석하려는 의도로 쓰여졌다. 인간 세상의 일이 복잡하고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성, 복잡성에도 어떤 규칙이 있음을, 그래서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과 같은 인간들이 일으키는 일들로부터, 지진이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인간의 행위로 인해 일어나는 증시 등을 분석해서 이들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물리학이나 수학으로 설명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쿤의 '패러다임'이라는 개념도 빌려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지금은 설명하지 못하지만, 복잡성을 설명하려는 실패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형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러한 일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멱함수"이다. 프랙탈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고, 임계상황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지만, 인간 세상을 설명하고 있는 주요 용어는 바로 "멱함수"다.

 

이 "멱함수"적인 관계가 지금까지 인간세상에 일어난 복잡한 일들의 규칙성이라고 한다.

 

가령 지진이 일어나는 횟수를 보면 작은 지진들과 큰 지진들에는 숫자상 역비례관계가 성립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인구수에서도 역시 역비례관계가 성립된다고 한다. 단지 그 비율의 차이만이 다를 뿐이지, 모두가 "멱함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하여 영어 제목이 'ubiquity'다. 보편성, 편재 정도로 해석이 되는, 전혀 우발적이고 다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제목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이러한 "멱함수"적인 관계로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해석해내고 예측해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예측불가능성,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크기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러한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으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러한 임계상황에 있음이 바로 보편성이라고 하겠다.

 

그 크기가 어떻게 될지는 '멱함수'로 예측을 해보면 될테고...

 

이를 역사에 적용하면 이런 말이 성립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현재의 경향이 계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래는 끊임없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가 흥미로운 이유가 될 수 있다. 역사는 정적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변하지도 않으며, 이 둘 사이의 중간에 불안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따라서 역사는 모래더미처럼 언제나 극적인 요동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간다. 340쪽

 

그렇다. 우리 인간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임계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임계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보편성이라면 임계상황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작은일에서 큰일을 볼 수 있는 것이 프랙탈이론이라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작은일들이 큰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덧글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멱함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단지 멱함수란 일들의 관계가 역비례관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인구 천만이 도시가 하나면 인구 오백만인 도시는 넷, 인구 250만인 도시는 여덟...이런 식인데...

 

이것을 거꾸로 비례관계로 바꾸면 그 관계가 성립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화하면 작은 전쟁 천 번에 중간 정도 전쟁 250번, 좀 큰전쟁 60번, 좀더 큰전쟁 15번, 더 큰전쟁 4번, 아주 큰 전쟁 1번 하는 식이면, 최근 몇 년 동안의 전쟁을 분석하면 큰전쟁이 일어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이 책에 나온 '멱함수'에서는 횟수만이 나왔지 기간은 변수로 나와있지 않으므로... 이런 계산이 불가능한가? 여러 생각이 나는데 명료하지 않고 부옇다.

 

세상을 단순화해서 규칙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이 규칙 역시 해석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만 있으니...

 

역시 인간 세상은 복잡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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