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게 안녕을!
이것이 특집의 제목이다. 대안교육을 표방하는 격월간지인 '민들레'에서 갑자기 웬 '원자력?' 할지 모르겠다.
얼핏 원자력과 교육은 관련이 없을 듯하지만, 이 특집에 해당하는 글 중에서 학교 교과서에서 표현하고 있는 '원저력'에 관한 내용을 보면(원자력, 착한 에너지?-교과서 톺아보기<이지언>) 원자력은 교육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교육이란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현재에서 준비를 시키는 과정이라면, 현재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따라서 교육에 관련된 잡지라면 현재의 문제를 건너뛰어서는 안되고, 오히려 교육이 학교에 관련된 문제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모든 쟁점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 다루어주어야 한다.
'세월호' 문제가 아직도 진행중인 상태에서, 문제는 발생했으나 도대체 해결을 하려고 하지 않는 지배집단을 보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교육"은 정말로 중요하다.
우리 사회를 배로 비유한다면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소 중에서 지금은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원자력'(앞으로는 "핵"이란 말을 쓰겠다. 원자력이 아니라 핵이 정확한 이름이라고 말을 하니까)이고, 이 문제를 간과하고서는 배가 침몰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핵"을 특집으로 이번 호 전면에 내세운 민들레는 교육잡지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폭발사건이 터졌고, 그것이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핵발전을 더 하려는 정부의 모습에, 온갖 자금을 동원하여 핵발전을 옹호하려는 '원자력 문화재단'의 홍보 앞에 핵발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
이런 현실이 이대로 방치된다면, 배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 그런 위기 의식을 다루지 않고서야 어찌 교육잡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여 이번 민들레의 핵발전에 관한 특집은 유용하고도 시의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디 우리 사회라는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암초가 '핵발전' 뿐이겠는가. 군대도 있고, 비정규직 문제도 있고 알려지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여기에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권, 아니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정치구조... 뽑을 수는 있는데, 현실적으로 내릴 수는 없는 이런 정치구조 자체가 심각한 암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회, 정치적인 문제도 다 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니 앞으로 민들레에서 다뤄줄 것이라 믿고.
이번 민들레를 읽다가 요즘 논쟁이 되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의 9시 등교. 상벌점제 폐지가 떠올랐다.
도대체 왜 학생들의 9시 등교를 반대하지? 자연과 역행해서 사는 삶, 아침밥도 못 먹고 등교하는 삶. 이것이 바로 아침 일찍 등교하여 수업을 받아야만 하는 학교 현실에서 비롯된 것 아니던가.
적어도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이른 새벽부터 지식을 머리 속에 억지로 집어넣는 그런 구조부터 바꾸려고 해야 하지 않나?
9시 등교가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면, 이것을 학교의 9시 등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근무형태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이 자랑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와 경제력으로는 6시간 노동만 해도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직장의 근무 시간을 충분히 조정해서 아이도, 어른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하는데... 엄하게 9시 등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상벌점제도 마찬가지다. 이번 호에 나온 대안학교 성추행 사건에 대한 글(교육의 길을 묻습니다-박복선)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교육은 계량화된 매뉴얼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관계맺고 있는 행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게 다양한 대처 방법이 나올 수 있다.
또 처벌이 먼저가 아니라 그 일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러니 상벌점제는 편리성과 통제의 효율성만을 고려한 것이지, 교육을 우선시한 것은 아니다.
상벌점제는 학생에게 학생의 행위에 대해서 교육을 하기보다는 그냥 경찰서나 법원처럼 판결하고 처벌하는 방법일 뿐이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것인데, 이게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민들레 94호"
학교 교육이나 대안 교육에 대한 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교육이 무엇일까, 무엇이 교육되어야 할까.. 반대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어떻게 배워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교육은 바로 삶임을 다시 한 번 깨우쳐주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