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건축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고 한다. 신경학과 건축학이 융합되었다고 보면 되는데,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의학과 건축이 융합된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현대는 융합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매몰되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살리되 이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융합'이 현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분야가 바로 의학과 건축학인데, 얼핏 전혀 다를 것 같은 학문이 '신경건축학'이라는 학문으로 융합이 되어 활발히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듣는 말인데도 친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우리가 지닌 본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에 주변 환경이 주는 영향을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는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건강이 의학 분야라면 주변 환경은 건축학 분야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 의학과 건축학이 융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하기 이전에 이미 직관적으로 우리는 이를 알고 있었고 또 실천하고 있었으리라.

 

예전의 요양소들을 보면 풍경이 좋은 곳, 공기가 좋은 곳에 지어졌으니 말이다.

 

그것을 과학적으로(이를 경성과학이라고 한다. 무언가 증명이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막연히 그럴 것이다. 또는 객관적으로 자료를 제시하기 힘든 과학을 연성과학이라고 한다) 밝혀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영어 제목으로 하면 '치유공간' 정도 될 것이다. 오히려 번역 제목이 책에 더 흥미롭게 접근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다른 말로 하면 건강이고, 마음에 따라서 우리의 육체적 건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최근의 의학적 사실들과 연구결과들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즉, 공간에 해당하는 우리의 감각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정말로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을 면밀하게 살핀 것이 1부라면... 어쩌면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 자연풍경부터 자연의 소리, 음악소리,좋은 냄새, 부드러운 촉감 등등이 어떻게 우리의 몸에 영향을 주는가를 뇌과학의 성과를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냥 그렇겠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나 직관적으로 여기던 것들을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의 결과들을 통하여 증명해주고 있으니, 공간이 우리의 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실제 건축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디즈니월드나 보건원 건물들을 통하여 공간이 어떤 과학적인 고려하에 건축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에 작동하는 과정도 실제 건축을 예로 들어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고, 이를 바탕으로 3부 치유의 공간으로 넘어간다.

 

프랑스에 있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루르드로 3부를 시작한다. 기적, 치유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루르드에서 현대과학이나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치유가 일어난 사례들을 들고, 이들이 결국 공간이 우리의 마음에 작동해서 치유를 이끌어냈음을 설명해내고 있다.

 

이런 설명은 명상으로 이어지고, 명상에 이어서 병원의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가로 넘어간다. 현대의 가장 대표적인 치유의 공간이 병원 아니던가.

 

그렇다면 병원의 공간이 어떻게 건축되어야 사람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병원 건축이 반환경적이고 반인간적이며 오히려 고통을 주는 공간이 된다면 이곳에서 병을 치유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되어 나올 뿐이니 말이다.

 

하여 병원이 최근의 '신경건축학' 결과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건물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첨단의 기계만을 들여놓으면 가장 좋은 병원이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형병원들, 자신들의 병원 환경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운영에도 또 환자들의 처지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3부인데... 여기서 더 나아간다.

 

'신경건축학'이 개인의 건강에서 그래서 병원의 건축까지 나아간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우리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도시건축이 정비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도시라는 건축들의 집합소가 건강을 위한 도시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런 도시 건축이 한 나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되고, 전세계적으로 공유가 되어야 우리의 건강이 제대로 유지된다고 하고 있다.

 

환경은 못 사는 나라, 못 사는 동네에서부터 나빠지기 시작하며, 이렇게 나빠진 환경으로 인해서 건강상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은 못 사는 나라, 동네에 살고 있는 빈민층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건축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 책이 마무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이라고 책의 겉표지에 적혀 있는데, 이보다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공간 심리학"이라는 말을 붙이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공간은 우리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하는 학문이 '신경건축학'이니, 신경건축학은 작은 학문이 아니라 도시건축과 또 세계건축과도 연결이 되는 우리네 삶에 필수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다지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덧글

 

책의 곳곳에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 먼저 그 굵은 글씨들만 몇 번 읽어보아도 이 책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장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책은 다 읽어야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들, 의학적 성과들을 자세하게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가고 있으니, 우리가 직관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과학적 사실로 증명해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소개할 때 굵은 글씨들 많이 도움이 된다. 또 다시 한 번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릴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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