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간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상.
연약한 인간이 자신의 연약함을 위로하는 방편으로 종교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신이 인간을 위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종교가 존재하는지 논란은 있지만, 종교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갑작스런 죽음을 경험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거나 할 때 우리는 종교에 귀의한다. 그리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세상에 참으로 많은 종교가 있다.
엄청나게 많은 종교. 그런 종교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교를 통해 평화를 얻기도 한다.
그런 종교 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믿는 종교가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이다.
이 중에 불교는 우리의 역사에서 참으로 오래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종교인데.
세상이 그 많고 많은 교회와 성당과 절과 모스크들이 있는데 왜 세상은 평화로와지지 않을까?
세상에 악인도 많고 안 좋은 일도 많으니,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이런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헌책방에서 불교 관련 책장을 둘러보다 지장경을 발견했다. 한 번은 꼭 읽겠다고 작정했던 경전.
금강경이나 법화경, 화엄경 등이 너무도 어렵다면 지장경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지옥에 머물면서 또는 세상을 돌면서 사람들을 구제한다고 하는 지장보살.
그가 건 서원이 바로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것이었다지.
그는 모든 사람이 구제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고 했다지.
하여 그의 이름을 외는 순간, 그를 믿는 순간 우리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지옥에 떨어졌더라도 그가 구제해준다고 하지.
얼마나 마음이 편한가.
지장보살과 함께 있으면 지옥에 가지 않는다는.
이를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면 좋은 일, 착한 일, 착한 마음을 지니고 세상을 살라는 얘기가 아닐까.
지장경에는 아주 자그마한 선행을 한 사람도 그 선행에 의해서 지옥을 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지장보살을 믿는 사람들은 지장보살만 믿고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장보살이 낸 서원에 따라 우리 모두가 선업을 쌓도록, 해탈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종교를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믿음과 실천이 함께 가는.
지장보살이 지옥을 두루 다니며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은 바로 사랑일텐데, 이를 자비라고 하기도 하니, 이 자비는 바로 우리들이 모두 지니고 있어야 할 삶의 태도 아니던가.
자비가 넘치는 사회, 그 사회가 바로 천당이고 극락이 아니겠는가.
지장보살을 다시 불러내는 사회. 그 사회는 아직도 지옥에서 헤매는 사회가 아닐까.
내가 지장경을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바로 현실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그 지옥에서도 벗어날 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지옥 속에서도 사람을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신이든, 우리 사람이든 그런 존재는 반드시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지장경을 읽고 싶었던 것이리라.
어려운 시대다. 정말로 앞이 꽉 막힌, 캄캄한 시대다. 그런 시대, 지장보살이 필요한 시대다.
지장보살. 마음 속에만 있는 보살이 아니다. 지장보살은 행동하는 보살이다. 직접 움직이는 보살이다.
요즘, 그립다. 그런 지장보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