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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기억 - 아파르트헤이트가 건네는 이야기들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남아프리카공화국.
이 나라에 대해서 알려 주는 인물은 둘이다.
한 명은 인도의 성자라고 불리는 간디. 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갖 차별을 받고 나서야 진정한 인도의 독립운동, 비폭력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하니 그와 이 나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한 명은 넬슨 만델라.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람으로 또 남아프리가공화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반대해서 온갖 탄압을 받았던 사람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이렇게 두 사람에 의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나에게 다가왔다.
지금은 흑백차별이 별로 없지 않나 싶은데...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폐지된 지 20년이 넘었으니, 흑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토대가 마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더 많은 자료를 알고 있지 못해서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이러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판치던 시대부터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어 무지개 정책(인종에 상관없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사회를 만들어가는 정책)을 펼친 이후까지를 배경으로 시대 순으로 여러 편의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
1940년대부터 시작하여 2000년에 이르러서 이 작품집은 끝나는데...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인종차별 정책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백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때로는 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또 인도 출신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이들의 눈에 비친, 또는 아이들이 경험한 인종차별의 잔혹함을 표현해 내고 있다.
인종차별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지 이 작품을 읽으면 자연스레 느낄 수가 있는데, 최근에 본 영화 "헬프"와 연관이 되어 더더욱 마음에 남았다.
이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사람들을 네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인과 같은 백인, 예전에 이 나라로 들어와 정착한 보어인(이렇게 두 집단은 최상층을 이루게 된다), 백인과 흑인의 혼혈(컬러드라고 불린다), 그리고 원주민이라 불리는 흑인, 여기에 나중에는 인도계 사람들까지(아마 이들은 컬러드라고 하는 흑인들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그런 사회. 여기에 흑인만큼 차별받지는 않지만, 백인처럼 대우받지는 못한다).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고, 생명의 무게는 어떤 생명체든지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 어떻게 피부색깔로 사람들을 차별할까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이런 습성이 남아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실 피부색에 의한 암묵적인 차별이 있지 않아 싶어 반성이 되기도 하고.
이런 차별의 습성이 경제력의 차이를 차별로 전환시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은 아마도 인종차별 정책이 없어진 다음에 경제력의 차이가 또 다른 차별을 낳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차별도 아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바뀌고 있지 하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작품 제목이 '장벽을 넘어'인 것을 보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과거에 일어났던 차별은 철저하게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별은 인종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그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됨을 이 책의 마지막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함을. 누구나 동등함을. 그래서 함께 지내야 더 행복함을, 힘들었던 과거를 작픔으로 표현해 내 기억함으로써 잊지 말자고, 그 바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작가가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어찌 남 나라 일이겠는가. 우리도 지금 경제력에 따라서, 또 사상에 따라서 차이를 차이로 인정 안하고 차별로 전환시키려는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가.
그러면 안됨을 이 책에 나와 있는 살아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그런 사회가 바로 야만임을. 문명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어울려 삶임을...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의 일. 잊어서는 안된다. 기억과 용서는 다른 말이다. 용서는 바로 기억에서 출발한다. 잊지 않음,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함. 그것이 바로 기억이고 용서다.
한 편 한 편의 소설들이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