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시인 20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시
강은교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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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시인들을 어떤 기준으로 20인을 선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20인의 시인이 시인이라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들은 각자 다른 말을 하는데, 가만히 읽다보면 다른 말들이 비슷한 말로 수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하는 말 중에 어떤 시인도 부정하지 못하는 말이 자신들은 이제 시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한 때 시를 벗어나려고 하기도 했고, 또 실제로 벗어난 삶을 살기도 했지만, 돌아온 탕자처럼 언제든지 자신들이 시에게 돌아오면 그들을 받아주곤 했다는 시. 그래서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이제는 더이상 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고백.

 

이런 고백이 이 책의 주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시인이 시인이 된 계기는 필연 속에 우연이 작동하고, 이 우연이 결국 필연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 어떻게든 시인이 된다. 그러니 결코 서두르지 말기를.

 

또 하나 시인들, 가만히 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이들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감추려고 한다. 그렇게 감추려고 해서 결국은 드러나고 만다. 내적으로 응축이 되어 드디어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경우라고 해야 하나.

 

이들의 시는 그들의 내면에서 오기도 하지만, 그들이 알지 못하는 외부에서 오기도 한다. 그 외부가 바로 이데아다. 플라톤이 말했다는 이상세계인 그 이데아.

 

시인들은 시라는 이데아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은 시라는 이데아를 자신이 느끼는 대로 현실로 끌어올 뿐이다. 그렇게 끌어온 시들이 우리 현실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시라는 이데아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현실로 끌어온 시를 경험할 뿐이다.

 

그것뿐이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러므로 시인은 시라는 이데아를 현실에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우리는 그런 시인들을 통해서 시를 경험할 뿐이다.

 

그런 점을 너무도 잘 보여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20인의 시인들이 각자 자신들의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들의 말에서 다름을 느끼지만, 그 다름 속에서 비슷함을 찾을 수 있는 것. 하여 이 책을 읽으며 시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시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인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시인. 참 독특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이 시라는 이데아를 찾아 헤매는 사람임에 다소 마음에 위안을 받는다. 아직도 나는 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인들도 어렵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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