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은 저항의 나이"

일과시 동인 제7집이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내가 찾을 수 있는 건 2005년에 나온 일과시 동인 제8집이 있다. 이것까지만 보면 8집까지 이들이 함께 시집을 내었다는 말이 된다.

 

일과시라는 동인들 이름도 맘에 든다. 인간에게 일은 삶을 이루는 필수 요소이듯이 시 또한 우리네 삶에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가 특정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문학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도 누릴 수 있는 문학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일하는 사람들이 시인으로서 시를 쓴다는 것, 일과시가 동떨어지지 않고 하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좋다.

 

여기에 저항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좋고. 저항을 잃으면 과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자유가 있다는 얘기고, 그 자유를 자신이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도 되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되니, 저항의 나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을 수밖에.

 

그냥 죽어지낼 수 없는 시대에, 저항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몸부림 아니겠는가. 저항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속된 말로 "남자는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 또 "군대 갔다 와서 사람 됐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한 사람이 지니고 있었던 저항의식을 군대에서 없애 이제는 고분고분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저항정신을 잃은 순응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군대를 마친 사람이고, 그 다음부터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나서지 마라, 나서 봤자 네 손해다라는 말이 팽배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저항을 잃은 나이는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잃은 나이가 되고, 이는 주체성을 잃은 남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

 

이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생각을 잊고, 잃고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자신이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의 판단을 모두 유보하고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 등등.

 

저항을 하지 못하는 시대... 저항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 그런 시대가 과연 좋은 시대일까? 행복한 시대일까?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도 일종의 저항일진대, 우리는 지금 말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무엇에 대한 저항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저항이어야 하는지 알아가야 할텐데.

 

2002년이면 이미 10년이 지난 시집이다. 시의 내용은 그보다 더 오래 되었을텐데...이 시집에서 말하는 일들이 왜 오래 전의 일같지 않고, 지금 벌어지는 일 같은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동안 강산만 변하게 한 건 아닌지... 그 때 어렵게 살던 일하던 사람들, 지금도 힘들게 살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일도 잃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아직은 저항의 나이"가 아니라 "지금은 저항의 나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런지. 우리가 저항을 잃으면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잃은 것일테니...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저항의 나이"에 속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저항의 나이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나이에 저항하지 않을, 저항하지 못할 나이는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생각하고 행동하기.. 이것이 바로 저항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하기... 이것이 저항이다. 우리는 모두 "저항의 나이"에 속해 있다. 저항해야 할 것에 저항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아직은 저항의 나이

 

 

                              - 문동만

 

눈꽃

너는 피어라 나는 네 안에 지마

그래도 울지 않으리

이마 위에 아이 눈썹 만한 눈이파리

예수가 죽어 간 나이

시인이 요절한 나이

초월하지도 못했네 순응하지도 않았네

아 아직은 저항의 나이

내가 쓴 길도 내가 지운 길도

덮고야 마는 단호한 눈발이여

앞선 발자국 하나 없이 내 흔적을 남겨서

당신에게 가야 하네

눈꽃 피는데, 당신에게 닾기도 전에

눈꽃만 피는데,

우두둑 솔가지 부러지고

나는 먹먹한 눈물 한 방울로

길을 녹이네

 

문동만 외, 아직은 저항의 나이.  삶이보이는창, 2002년초판. 22

 

(그런데 창비에서 나온 문동만의 시집 "그네"에 실려 있는 이 시는 맨 마지막 행이 수정되어 있다.   '길을 녹이네 -> 뵈지 않는 눈길을 녹이네'로)

 

 일과시 동인들, 이 시집에 시를 수록한 시인들 모두 귀한 분들이다. 아직도 우리에게 저항의 정신을 잃지 말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모습에 대해서, 우리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시집에는 문동만, 조태진, 오도엽, 송경동, 손상열, 서정홍, 김해화, 김해자, 김용만, 김기홍 시인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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