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먹었다 - ‘여성스러운 소녀’ 문화의 최전선에서 날아온 긴급보고서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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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다. 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먹었다니...

 

얼핏 신데렐라로 대변되는 여성 이야기가 여성을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성에 머무르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이 책은 이런 이야기보다는 문화에 중심을 두고 전개되고 있다. 신데렐라도 이야기가 아니라 이를 캐릭터로 만들어 아이들이 그를 따라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고, 방송에서는 어린이를 내세워 그들의 모습을 따라하게 하고 있으며, 각종 어린이 미인대회를 개최하여 여성으로서 꾸미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게 한다.

 

아주 많은 예들이 나오고 있으며, 그런 예를 읽는 재미도 쏠쏠한데... 저자는 자신의 아이는 그런 공주풍의 여성으로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 '핑크'에 대한 반대를 하고, 공주가 나오는 영화들을 보여주길 꺼려하며 자신의 아이가 그러한 장난감이나 인형을 갖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평소에 공주풍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온 작가가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실현시키려고 하는 모습은 당연한데, 그게 녹록치 않음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집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하고 금지를 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문화가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남녀의 차이를 교육받고 체화된 아이들이 그것을 모르는 아이와 거부하려는 아이를 그냥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여성성, 남성성은 없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여성성, 남성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그것이 그냥 차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그러한 차이가 있음에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이 책에서는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 쪽 성에 국한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성에 앞서서 온전한 인간으로 먼저 살아가는 법을 아이들이 익히게 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생물학적인 성보다는 사회학적인 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또 사회학적인 성은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 그런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익히게 하는 것. 그것을 중심으로 나는 읽었는데...

 

그리고 우리나라 상황과 연결지어 성형열풍, 이것은 결국 잘못된 성역할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남자들에게도 성형열풍이 불어닥치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단지 성역할의 고정이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이 살아남는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성형에 관한 이야기는 성차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돌로 대표되는 연예인 문화는 이 책에 나오는 나이와 우리나라 아이돌과는 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쩌면 우리나라도 점점 나이가 어려지고 있으니... 여자들에 대한 성적 환상을 아이돌이라는 문화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나라는 남성 아이돌 문화도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아이돌 문화가 남녀의 성역할을 고정시키고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스런 소녀', '남성스런 소년'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차이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임을 먼저 명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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