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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빅 브라더 - 지그문트 바우만, 감시사회를 말하다 ㅣ 질문의 책 1
지그문트 바우만 & 데이비드 라이언 지음, 한길석 옮김 / 오월의봄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빅 브라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감시자. 그는 전지전능하다. 모든 것을 다 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존재를 알 수 없다. 얼마나 무서운가.
벤담의 '파놉티콘'이 이런 원리로 되어 있고, 감옥이 이런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감시체제가 근대의 감시체제라고 한다면, 사실 이 감시체제는 허점이 많은 체제다.
적어도 감옥에 가지 않거나 또 누군가의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감시를 당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따라서 근대는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감시받는 자와 감시하는 자가 구분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구분할 수가 없다고 보는 편이 옳다.
모든 정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일방적인 감시사회가 될 수 없어 보인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여기에는 배제가 먼저 작동이 된다. 이 배제된 자들은 감시당하는 자에도 끼지 못한다. 이들은 추방당한 자들일 뿐이다. 감시도 필요없는. 적어도 감시될 자들은 배제된 자들이 아니라 배제될 자들이다. 그들은 어떤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낙인찍힌 자들이 된다. 그리고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감시를 당한다.
이런 감시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리가 필요하다. 분리를 바탕으로 배제가 이루어지며, 배제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감시라는 기제가 작동을 한다.
이 때 감시하는 기제는 예전에는 한 공간에서 특정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현대는, 바우만의 용어대로 유동하는 현대는 한 공간이 아니라 여러 공간에서 특정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의해, 특정한 시간이 아니라 어느 시간에라도 가능한 시간에 이루어진다.
유동하는 현대에는 소비하는 모든 활동들, 움직이는 모든 활동들, 말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 감시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료들이 모이고, 분석되고 활용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감시에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감시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마치 자신의 편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자유를 줄이기라도 하듯이.
이 점에 대해서 바우만이 데이비드 라이언과의 대담을 통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논점들이 명확하게 들어오지는 않고, 역시 대책은 제시되지 않지만 문제의식만은 공유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자료가 집적되고 있는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신용카드를 쓸 때마다, 또는 특정한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때마다, 검색 엔진을 이용하여 검색을 할 때마다 자신의 정보는 집적되고 있다.
하다못해 우리나라는 학교에서조차도 모든 정보가 집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보의 집적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즉, 감시당하는 자가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은 감시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감시당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이 역설. 이것이 현대판 빅 브라더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빅 브라더를 두려워하고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들 하나하나가 모여 빅 브라더를 만들고 있다.
소위 말하는 '신상털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라. 아마도 몇 시간이면 자신의 모든 것들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질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감시하는 것 만큼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감시사회에서 벗어나지? 지금으로선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바우만은 말한다. 절망의 순간이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이 최후까지 놓지 못할 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희망을 놓지 말자고.
그렇다. 아무리 감시사회가 되어도 구멍은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를 보아도 벗어날 구멍은 늘 있지 않던가.
그 구멍을 누가 만들어주길 바라서는 안되겠다. 그 구멍은 나부터 먼저 말들어내는 것 아니겠는가. 어쩌면 그것이 바우만이 말한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서운 감시사회. 여기에 더 이상 일조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하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