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마을 -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 원곡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국경 없는' 이야기
박채란 글 사진, 한성원 그림 / 서해문집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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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 이름이 좋다. 국경이라는 금이 없는 마을이라니. 국경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국경은 참 많은 제약을 가한다. 사람들에게 너니 나니 하는 구별을 하게 하고, 내국인이니 외국인이니 하는 구별을 하게 한다.

 

지구촌 시대니 세계화 시대니 하는 말들을 하면서도 자기네의 국경은 굳건히 지키려고 한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국경이 사람들을 차별하는 대상으로 군림하기도 한다.

 

넌 외국인이야. 우리랑 달라. 너네 나라로 돌아가. 왜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를 힘들게 해. 

 

이런 말들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경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성과 인종, 나라에 따라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이는 국경으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도 안된다는 말이 된다.

 

사람은 그냥 사람일 뿐이고, 노동자는 그냥 노동자일 뿐이다. 마치 자본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흘러다니고 어느 나라에서나 쓰이고 있듯이.

 

그런데 말로는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와 똑같은 노동자다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불안에 떨면서 노동을 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특히 우리나라보다도 더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되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환경에,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지내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우리가 하기 힘든 일을 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별대우에 관한 책이 예전에 나온 "말해요 찬드라"와 "아빠, 제발 잡히지마"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우리나라에서 지내고 있는지 이 책들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이 책 "국경 없는 마을"도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한 가지 관점이 아니라 때로는 일기로, 때로는 편지로, 때로는 이주노동자의 관점으로, 때로는 그곳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노동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 안산의 원곡동이리라. 그리고 이 원곡동을 '국경 없는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기에 그러하리라.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글을 쓴 책인데...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이, 마음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들이 외계에서 온 생명들이 아닌, 바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임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들 역시 피와 살이 있는 우리들이고,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임을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도 국경이 없어야 한다.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국경으로 사람들을 분리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그냥 다 같은 사람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만나야 한다. 그래서 '국경 없는 마을'은 안산의 원곡동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삶터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점을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사람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임을 다시금 느끼며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말해요 찬드라"와 "아빠, 제발 잡히지마"를 떠올리며 부끄러워지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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