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
신동흔 지음 / 우리교육 / 2012년 11월
평점 :
책의 역사를 보면 책을 읽는 방식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져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전에는 혼자 속으로 읽는 방식이 없었고 책은 무조건 소리를 내어 읽어야 했다고 한다. 그 소리 내어 읽는 책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다가갔으리라.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속으로 읽는 책읽기 방식이 채택되었고, 지금은 소리내어 책을 읽는 경우는 학교에서 읽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책읽기, 소리내어 책읽기,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이야기하기라고도 할 수 있다. 꼭 문자로 되어 있는 책을 읽어야만 책읽기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있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남에게 말해주는 일, 그것 역시 일종의 책읽기다.
굳이 책읽기라고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이야기하기라고 하자.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요즘은 스토리텔링이 대세라고 하겠는가. 우리 말로 이야기라는 좋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말을 들여와 '스토리텔링'이라고 하고, 그것이 마치 대단한 것인양 호들갑을 떨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하기 하면 뭔가 촌스러운 느낌이 나고 스토리텔링 하면 세련된 느낌을 주나? 하여간 이야기하기든 스토리텔링이든 이야기가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틀림이 없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 아기'로 나오는, 예전에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아기'가 지금은 특정인의 소유가 되어 '돈'을 주는 사람에게만 보여지고 있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이 아기'는 이야기이고, 특정인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면...
지은이는 '이 아기'의 이야기는 진행중이라고 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그것은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삶과 늘 함께 해왔던 이야기가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는 없다.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아기'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의식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이 책의 지은이는 아기장수 이야기를 '태백산맥'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왜 이야기가 가치 있는지, 왜 '태백산맥'이라는 대작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는지 그 이야기를 펼쳐가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야기 위에 또 이야기가 겹친 셈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그 이야기를 다시 이야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레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도처에 이야기가 있었다. 특히 이야기는 책에 갇혀 있지 않았다. 이야기는 활자라는 옷을 입기 전에 자신의 맨몸으로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녔다. 어디서든 언제든 자유롭게 사람들 사이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함께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사람들이 살기 바빠지면서 이야기는 옷을 입어야 했다. 활자라는 옷. 그 옷은 이야기를 책 속에 가두어버리는 역할을 했는데... 그래서 이제는 말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글자로 이야기를 보는 것이 익숙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말 속에 들어 있는 그 맛들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럼에도 어떤 이야기들은 활자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우리들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굳이 서양 학자인 베텔하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른들에게도 중요하지만 특히 어린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지침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의식적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몸에 배게 된다.
하여 이야기가 풍성한 민족은 삶도 풍성하다. 이야기 속의 삶이 이야기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실제의 삶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점을 너무도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야기 위에 또 하나의 이야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록 활자라는 옷을 입고 있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활자라는 옷을 입고 있어도 이야기는 이야기다.
그림 동화나 안데르센 동화들, 그리고 우리나라 전래 민담들이 이제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경우보다 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 이야기가 가진 특성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야기... 우리 삶과 늘 함께 있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힘이 세다.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