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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백범 김구 자서전
김구 지음, 도진순 주해 / 돌베개 / 2002년 8월
평점 :
너무도 많이 알려져 있는 책이다. 마치 춘향전이나 심청전, 또는 홍길동전처럼 사람들이 내용을 알고 있지만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는 않은 책. 어렸을 때부터 요약된 책으로 또는 어린이를 위하여 재편집된 책으로 읽어보았던,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는 이미 읽었는 걸, 다 아는 내용인 걸 하면서 손에 들지 않는 책.
그렇게 유명한 책인데도 정작 제대로 읽히지는 않는 책.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데도 정작 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런 점이 백범 김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도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나와 있음에도, 임시정부의 주석을 역임했던, 실질적으로 임시정부를 끝까지 이끌었던 백범의 사상을 계승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나왔고 그들은 우리나라를 위한다고 큰소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위한 정치를 하려고 했던가 생각을 해보면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왜 그들은 그들이 존경한다는 백범의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는가? 읽어도 왜 자기들에게 유리한 점만 찾아 읽었는가. 그것은 그들의 눈에 사심이 끼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심으로 인해 정작 백범이 주장한 정치는 뒤로 가고, 오로지 정권을, 권력을 차지하려는 욕심만 남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선거의 계절이다. 각 예비후보들이 난립하여 자신을 알리기에 분주하다. 봄을 맞아 많은 꽃축제장에 가보면 온갖 예비후보들이 명함을 돌리고 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자신이 우리나라를 위한, 자신이 속한 지역을 살릴 진정한 일꾼이라고.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백범을 꼽기도 한다. 백범처럼 정치를 하겠다고도 한다. 그런데 정작 백범이 어떤 정치를 원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 정치가들 중에 백범일지를 정독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백범일지를 읽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백범의 정치사상을 찾기 위하여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백범은 보수다. 아니 백범 정도는 되어야 보수라고 할 수 있다. 보수는 책임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민족의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 그들, 자신의 이익보다는 민족의 이익을 앞세울 때 보수가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보수의 탈을 쓴 수구일 뿐이다.
이렇게 수구와 보수를 갈라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만 진정한 정치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다. 그것이 백범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으리라.
그는 개인의 안녕보다는 민족의 발전에 자신의 전생애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시련도 이겨낼 수 있었으리라. 그런 백범의 모습이 이 책에 너무나도 잘 나타나 있다. 왜 그가 그렇게 고생스러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일했는지...
그것은 그가 진정한 보수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진정한 보수주의자였기에 동학에도 가담을 하고, 나중에는 예수교에도 가담을 하며, 임시정부 활동을 하면서 조국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보수주의자. 이 시대에 정말로 그리운 존재다. 보수의 탈을 쓴 수구들이 아니라 말이다.
선거철. 이 때 난무하는 말들은 모두 화려하다. 이 화려함에 진정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그런 개살구들에 속아서 늘 한 입 꽉 깨문다. 그리고 퉤퉤 뱉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선거를 통해서 겪어왔던 일들 아니던가.
백범일지는 이런 때 빛 좋은 개살구들이 아니라 진정 아름다운 말을 하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고 알려준다. 누가 우리나라를 위해서 일할 사람인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앞서게 되는 그런 사람. 그런 정치인이 누구인지 판단하게 해준다.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안목, 그것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것이 요즘 나에게 다시 백범일지를 손에 들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문고판으로 읽었던 백범일지가 아닌, 제대로 주해가 된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백범에 대해서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알게 되었고... 너무도 유명한 글인 "나의 소원"을 다시 읽으며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백범일지를 다 읽지는 않더라도 '나의 소원'만은 읽어라. 그리고 백범이 꿈꾸는 나라가 백범만이 꿈꾸는 나라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꿈꾸는 나라임을, '나의 소원'은 백범만의 소원이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의 소원임을 명심하라.
적어도 보수든 진보든 백범같은 정치인을 우리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보수의 탈을 쓰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런 수구들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나의 소원'을 읽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소원이므로. 우리는 백범의 '나의 소원'에 나와 있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을 위하므로. 우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깨닫기 위해서.
그렇게 깨달았다면 빛 좋은 개살구인지 정말로 달콤한 살구인지 알려고 노력을 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