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목련꽃이 환하게 피었다.
순백의 아름다움.
그 옆에 산수유가 노랗게 피었다.
조금 옆 길에는 개나리가 피어 있고,
며칠 더운 날씨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비가 내렸다.
꽃비가 되었다.
하얀 목련이 땅에 누워 있다.
이제 자신의 시대는 끝난 듯.
순백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맞이한 듯
목련은 그렇게 서 있다.
목련꽃으로 차를 달여 마시면 그 향기가 온 몸으로 퍼지는데...
다시 봄.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자연의 이치는 이렇듯 어김이 없다.
우리네 삶도 이래야 하는데.
아니지, 우리네 삶은 우리의 자연처럼 이렇게 순환되어서는 안되지.
그렇게 되면
우리는 겨울을 또 겪어야 하니.
겨울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봄이 오기 전에 사라질 약한 존재들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인데.
누구는 시련을 겪어야만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삶 앎. 이것이 사람이라고.
세상에 겨울이 없는 봄은 그냥 봄이고 말듯이
시련이 없는 삶은 그냥 삶일 뿐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봄인가?
우리에게 봄은 왔는가?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물었지만
우리는 들을 빼앗기지도 않았는데
봄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지. 우리가 자연에게서 봄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며칠, 이상 고온이 지속되어 도대체 봄이 그냥 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는데.
이응인의 시집을 읽으며, 봄은 그렇게 가지 않음을 느꼈다.
이 시집에 담겨 있는 자연과의 어울림
자연에 공연히 사람자국을 남김의 허무함.
자연을 닮은 아이들의 모습.
그런 삶의 모습이 담담히 담겨 있는 시집
이 시집과 더불어 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자연은 이렇듯 무리 없이 다가오는데
왜 사람의 삶은 이렇듯 턱이 있고 멈춤이 있는지.
이 봄. 자연의 봄과 나의 봄이 하나로 만나게 하고 싶다.
시집을 읽으며 봄을 느낀다.
적어도 나는 어린 꽃다지가 나에게 다가오는데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
어린 꽃다지를 위하여
보름 전에 보낸 편지 이적지 못 받았는가. 구들장만 지고 누워 있지 말고 좀 일어나봐 이 사람아. 그 어린 것들이 벌써 고개 넘어 자네 밭두렁쯤 가고 있을 거구만. 인자 동구에나 갔을지도 몰라. 볼에 솜털 보송보송한 그 어린 것들이 보고 싶지도 않은가. 자네도 참 해도 너무하이. 세상에 그 어린 것들이, 아직 털도 덜 마른 것들이 자네 찾아간다고 그 먼길을 나섰는데 이 무정한 사람아.
이응인, 어린 꽃다지를 위하여. 신생. 2006년. 78쪽
힘들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구들장을 지고 누워 있지는 않겠다. 그 어린 꽃다지들도 이렇게 봄을 이야기하러 다가오고 있는데... 땅을 내려다보면 지금 제비꽃도 수줍게 꽃을 피우고,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는데...
세상이 힘들어도, 봄은 있음을... 그래, 꽃다지를 마중나가야지. 봄을 마중나가야지. 이제 구들장을 박차고 땅에 발을 디뎌야지. 이응인이 시 '발바닥이 하는 말'처럼 발로 걸어서 마중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