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엄마 납치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
비키 그랜트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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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을 고를지 고민이 많이 된다. 잘못 골랐다가 재미라도 없으면 참 난감하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뒷면에 실린 책에 대한 소개글을 보게 된다. 그것도 아니면 작가가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던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오로지 제목. 

 

"불량엄마 납치사건" 무언가 제목에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가.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제목만으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지 판단해보려는 욕구가 작동하게 만든 제목이다.

 

이 제목이 흥리로운 것도 한 가지 이유이겠지만, 사실은 남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족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뭐 없을까 하다가 고른 작품이기도 하다.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 소설은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가 있으니, 딸과 엄마의 갈등을 다룬 소설은 됐고, 이제는 아들과 엄마의 갈등을 다룬 소설을 읽으면 되겠다 싶어서, 남자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만한 책인가 싶어서 고르게 되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건 내가 고른 이유하고는 좀 거리가 먼 소설이다. 아들과 엄마의 갈등을 중심에 놓고 다룬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추리력을 필요로 하는 소설이다. 일종의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들과 엄마의 갈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법에 관한 내용이 많다. 소설의 각 제목들이 모두 법률 용어다. 예를 들면, 자기부죄거부특권, 도청, 비공개 심리, 물적 증거, 변호인-의뢰인 특권, 피후견인, 자백, 고소 등등 법률 용어가 나오고, 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소설의 내용이 시작된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법률 용어를 익히게 된다. 멀게만 느껴지는 법이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그리고 결코 어렵지 않음을 이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법률 소설인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사라진 엄마를 찾는 주인공(시릴)의 모습을 통해서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납치했는지, 왜 납치했는지 등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 있다.

 

법과 추리를 함께 버무리고, 여기에 청소년들의 심리를 첨가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번역된 책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지만, 길지 않고 짧은 문체로 읽기에도 편하다.

 

각 장들도 길지 않아서, 읽으면서 지루해할 틈이 없다. 또한 주인공인 '시릴'을 살펴보면서 그의 모습에 웃음을 머금기도 하게 된다.

 

어느 날 사라진 엄마를 찾아가는 시릴. 그와 함께 도대체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왜 불량엄마라고 했는지, 그 엄마가 겪은 일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엄마가 젊은시절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일을 회피하지 않고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는 불량엄마지만, 그럼에도 자기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엄마, 그 엄마를 찾기 위한 아들 '시릴'의 추리... 그리고 법률적 의미로 인해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 

 

다만, 법률이라고 했지만, 그 법률은 이 소설을 쓴 저자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법률 얘기니, 우리나라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주인공 시릴의 엄마인 애니의 삶은 우리네 정서와는 좀 맞지 않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 소설을 읽는데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캐나다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읽을테니 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와 다른 상황을 통해서 우리의 현상황을, 또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간접체험하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떤 삶이 바람직한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고민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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