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청소년소설이라고 하는데... 청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담고 있기에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모든 청소년 소설은 성장소설일 수 있겠다.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은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가는가를 작품 전개를 통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장소설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저자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설임에도 읽다보면 이것이 허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지, 사실을 바탕으로 한 회고록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책의 소개에도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고 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으면 허구로 보아야 한다. 역사소설을 역사로 인정하지 않듯이.

 

이 소설은 어른이 된 저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읽어가면서 후일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먹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내가 그렇게 지냈었지 하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고, 감동적이었는데... 그런데... 아이들이 이 소설을 좋아할까? 아니, 아이들에게 이 소설이 읽힐 수 있을까 하는데는 의문이 들었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읽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데... 아이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감정이입을 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지금 아이들의 삶과 이 소설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어렸을 때부터 한 명의 노동력으로 인정받았으며, 자신의 일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과 어린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 온전한 노동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로지 해야할 일이란 공부밖에 없다는 식의 생활을 해온 요즘 아이들의 삶은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설은 나와는 다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현실 속에서 주인공이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읽는다면 나름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을테니...

 

요즘 청소년들이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우선 소설 속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면 좋을 듯하다.

 

제목이 읽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이 제목과 연결지으면 죽음과 삶이 드러나게 된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바로 아버지가 죽은 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죽을 때, 다른 존재는 산다는 삶의 경험.

 

주인공이 키운 핑키라는 돼지를 통해서 죽음은 곧 삶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주인공은 핑키의 죽음을 통해서 어른에 한 발짝 다가섰고, 곧이어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어른이 된다.

 

겨우 열세 살에.

 

열세 살. 한 창 어리광부릴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두 죽음을 통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삶과 죽음이 그렇게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주인공.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잃어간다는 것, 잃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 잃음 위에서 얻음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이 있다. 죽음을 예감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말.

 

"봄이 오면 너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어른이라구. 열세 살짜리 어른. 어른이 되기에 충분한 나이지. 이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네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해. 로버트, 너말고는 책임질 사람이 없어. 바로 너 말고는." (149쪽)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이웃인 태너 아저씨 부부와 나눈 말.

 

"이렇게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태너 아저씨."

"로버트, 내 이름은 벤저민 프랭클린 태너야. 이웃들은 모두 나를 벤이라 부르지. 친한 친구끼리는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이제부턴 나를 베스라고 불러. 로버트." (177쪽)

 

열두 살에 겪은 일들을 통하여 열세 살에 어른이 된 아이의 이야기. 그런 성장을 담은 소설. 도대체 아이란 무엇일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하는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상은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여기고 있는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소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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