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만...
이름만 들었던 시인이다. 한수산 소설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받고 힘든 세월을 보내다 돌아가셨다는.
그의 시집을 구해서 읽어본 기억이 없고, 그의 시도 기억에 없다. 다만, 이 구절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만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정지용 문학관에 갔을 때 역대 정지용 문학상을 받은 시인들과 시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박정만도 있었다. 어떤 시로 받았는지, 정지용 문학관에 전시되어 있던 시가 어떤 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헌책방에서 발견한 박정만 시집. 시집으로 발간된 것이 있어서 그것을 손에 들었다가, 박정만 시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시집 한 권으로 되겠나 싶어, 그 헌책방에 있는 박정만 시전집을 고르게 되었다.
값은 좀 비싸지만, 정가에 비하면 헌책방이라 60%정도이 가격으로 살 수 있기에 골라들게 되었는데... 700쪽이 넘는 책이기에... 읽기에 수월하지는 않았다.
내 취향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시들이 많았고, 또 특정한 시기에 엄청나게 많은 시가 쓰여졌기에, 그 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비슷해서, 특히나 시의 느낌이 너무도 어둡고 죽음을 연상시켜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읽는데 꽤나 오래 걸렸는데...
한 시인의 전 생애가 담겨 있는 시전집을 주마간산식으로 읽을 수는 없는 일.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맘이 내킬 때마다 손에 들고 읽었으니...
어둡다. 그가 받은 고문이 시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에 한 시를 보면 이렇다.
수상한 세월1
그 막막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
군화 신은 아이들이 내 몸뚱어리에
뼛속까지 스며드는 상처를 내고
나이팅게일 그려진 안티플라민을 주었어.
1981년 5월. 국풍(國風)이 여의도에서 흐느끼던 날.
박정만, 박정만 시전집. 해토. 2005년 초판. 603쪽
그렇다. 남들은 축제라고, 그것도 관제 축제지만, 흐드러지게 놀 때 그는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 고문의 후유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다 세상을 뜨고 마는데...
그런 고통들이 시에 오롯이 나타난다. 그래서 어둡다. 죽음이 늘 시에 나타난다. 그럼에도 그는 좀더 좋은 세상을 기대한다. 그 기대가 이루어질 때까지 살지 못하지만 말이다.
시인이 고문을 받는 시대... 이제는 없다. 그러나 아직도 필화가 일어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가끔은 질서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억압될 때가 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는데...
2010년이 넘은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